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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상사맨들이 말하는 ‘미생’..“룸살롱 접대, 실제로는 못해요”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직장인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린 tvN 드라마 ‘미생’. 극중 배경인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은 포스코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모델로 했다. 오과장과 장그래, 김대리가 일하는 종합상사는 실제 어떤 모습일까. 대우인터내셔널의 권용태 대리(32), 유희동 대리(32), 오정준 대리(28)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극중 주인공인 장그래와 오과장, 김대리가 속한 ‘영업3팀’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팀입니다.”


권 대리는 “철강팀과 플랜트팀, 자원팀 등 각 분야별로 전문화돼 있어 영업3팀처럼 다양한 품목을 그때그때 팔아치우는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업3팀처럼 이란산 원유를 팔았다가 휴대폰, 라면 등 매번 새로운 품목을 파는 팀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고졸 출신 낙하산 직원인 장그래도 실제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다.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을 뽑기때문에 입사지원 자체를 할 수 없다. 유 대리는 또 “조용한 성격의 장그래는 사실 ‘상사형’ 인물은 아니다. 실제 상사에는 아무래도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술도 잘 마시는, 활동적인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다만 영어가 유창한 박과장이나 러시아어를 잘하는 안영이는 상사 내에서 드문 경우가 아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올해 신입사원 토익 평균점수는 950점대. 만점자만 열명이 넘는다. 전체 직원의 30~40%는 비즈니스회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제2외국어 실력을 지니고 있다.

상사맨들의 실제 직장생활은 어떨까. 잦은 술자리와 야근,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근무시간은 비단 드라마 속 얘기가 아니다. 유 대리는 “다양한 거래처 사람들을 상대하는 만큼 친분과 유대감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 옛날처럼 술 사주고 친해지면 계약이 성사되던 시대는 지났지만, 거래처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사업도 순조롭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드라마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룸살롱과 2차접대는 실제로는 아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권 대리는 “요즘은 법인카드가 아예 ‘클린카드’로 나와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는 쓸 수가 없다. 분위기가 좋으면 대신 건전한 노래방을 간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유희동(왼쪽부터), 오정준, 권용태 대리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 대리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중국에 전화해서 현지 상황을 체크하고, 서서히 서쪽으로 넘어가 남미와 미주 지역과 통화한다. 그렇게 지구 한바퀴를 돌아야 하루가 끝나는 생활”이라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한밤 중 자리에서 일어나 현지 상황을 체크하는 일도 잦다.

종합상사는 한때 한국경제성장의 주역이었다. 수출로 몸집을 불린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 종합상사를 찾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독자적인 해외영업망을 갖춘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종합상사의 역할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우인터내셔널도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자원개발과 선박 및 발전투자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오 대리는 “드라마 속에서 직원들끼리 저녁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도 자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내년도 사업을 고민한다”고 전했다. 유 대리도 “과거와 달리 열악한 환경에 처하다보니 생존본능을 갖고 더 열심히 고민하게 된다. 같이 얘기하고 자발적으로 고민하면서 먹거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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