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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양형기준제 도입 무용지물?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최근 3년 간 성범죄의 ‘실형’은 줄어든 대신 ‘집행유예’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양형기준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한 엄격한 사법적 처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 2009년부터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제’가 시행돼 총 4차례나 양형 기준이 수정됐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횡령ㆍ배임ㆍ뇌물죄는 고액일수록 양형기준을 잘 안지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김혜정 영남대 산학협력단 연구원이 대검철청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실시한 ‘양형기준제의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결과다.

▶최근 3년간 性범죄, ‘실형’ 줄고 ‘집행유예’ 늘어=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선고된 성범죄 1심 사건 중 집행유예 비율은 43.6%, 실형 비율은 56.4%였다. 하지만 2014년에는 집행유예 비율 66.5%, 실형 비율 33.5%로, 2년 새 집행유예 비율이 22.9%포인트나 늘어났다. 그 만큼 실형 비율은 낮아진 것이다.

세부적으로 성범죄의 4년 이상 실형이나 3년 이상 집행유예 기간을 살펴봐도 처벌이 약해졌음을 알 수 있다. 


성범죄의 3년 이하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증가한 반면, 4년 이상 실형 선고 비율은 감소했다.

2012년 성폭력범죄 1심 판결 기준, 3년 이하 실형 선고 비율은 55.4%, 4년 이상 실형 선고 비율은 44.6%였다. 하지만 2014년에는 3년 이하 실형 비율이 77.8%로 2년 전보다 22.4%포인트 늘어난데 비해, 4년 이상 실형 비율은 22.2%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성범죄 2년 이하 집행유예 선고비율은 38.9%에서 68%로 껑충 뛰어오른 반면, 3년 이상 집행유예 비율은 61.1%에서 32%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범죄유형별 양형기준 준수율을 살펴보면, ‘장애인 대상 성폭력범죄’가 68.4%로 양형기준을 가장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3세 미만 대상 성폭렴범죄’가 73.5%, 강간죄 75.3%, 강제추행 87.3%, ‘13세 미만 대상 상해ㆍ치상 결과 성폭력범죄’ 87.5%, ‘13세 이상 상해ㆍ치상 결과 성폭력 범죄’ 90.0% 등의 순이었다.

성범죄 전체로는 양형기준 준수율이 2012년 84.8%에서 2013년에는 79.4%로 낮아졌다가 2014년에는 83.5%로 다시 소폭 상승했다.

이 밖에 양형기준 시행 전후 형량변화를 비교한 결과, 강간죄에서는 평균 형량이 다소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지만 강제추행죄는 큰 변화가 없었다.

김혜정 연구원은 “양형기준제는 양형 편차의 축소, 양형과정의 투명성 확보, 양형에 대한 예측가능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라며 “성범죄의 경우, 여러차례 개정을 통해 양형기준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여전히 성범죄에 대해 관대한 형을 선고하고 있어 양형기준제의 도입 취지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횡령ㆍ배임ㆍ뇌물죄, 고액일수록 양형기준 안지켜=경제범죄인 횡령ㆍ배임죄에 대해서도 법원의 형 선고 경향은 온정주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ㆍ배임죄의 경우, 2011년 집행유예 비율 64.2%에서 2013년엔 60.1%로 점차 감소했다. 하지만 2011~2013년 평균적으로는 실형 비율(37.8%)보다 집행유예 비율(62.2%)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횡령 및 배임죄는 피해금액이 커질수록 양형기준 준수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 및 배임 금액이 높아질수록, 즉 제1유형에서 제5유형으로 갈수록 양형기준 준수율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금액이 가장 적은 제1유형의 양형기준 준수율은 98.4%로 높았지만, 금액이 큰 제5유형은 41.7%로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뇌물죄는 양형기준 준수율이 73.1%로, 다른 범죄군에 비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뇌물죄 역시 금액이 커질수록 높은 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양형기준을 이탈해가면서까지 관대한 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것을 뜻한다.

뇌물수수죄의 실형비율은 2011년 42.1%에서 2012년 52.6%로 증가했다가 2013년 다시 38.8%로 낮아졌다. 2011~2013년 평균적으로는 실형 45.6%, 집행유예 54.4%로 집행유예 비율이 높았다.

특히 뇌물죄 집행유예 결정과 관련, 집행유예 기준과 함께 특히 고려돼서는 안되는 요소로 ‘신분상실 또는 사회적 명예실추’, ‘부정한 이익 몰수’, ‘본건 관련 징계처분’을 양형기준에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임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결정한 판결 있어 부적절한 참작사유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밖에 선거범죄는 2012년 벌금형 비율이 76.6%, 집행유예 19.4%, 실형 4.3%에서 2013년에는 벌금 83.2%, 집행유예 13.7%, 실형 3.2%로 벌금형 비율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선거범죄 집행유예 사유와 관련, 집행유예 참작사유에 없는 ‘선거일로부터 멀리 있음’, ‘선거에 큰 영향 없음’ 등을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라는 지적이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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