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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열 토이 ‘다 카포‘를 즐기는 세가지 독법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토이가 정규앨범을 7년만에 들고 돌아왔다. 7집 ’다 카포(Da Capo)‘는 유희열이 음악적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바램을 담았다. 13개 트랙에 러닝타임이 57분. 6집’Thank you‘가 73분, 5집이 80분이었던 데 비하면 슬림해졌다. 토이의 앨범은 하나의 컨셉으로 엮이지 않는다. 다양한 스타일의 곡과 보컬리스트들이 각축을 벌이듯 트랙마다 도드라져 한 앨범의 수록곡인지 고개를 갸우뚱이게 한다.

토이 유희열의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은 가수에 있다. 유희열은 곡을 쓸 때 어떤 보컬이 어울릴지 염두에 두고 쓴다. 자신의 곡을연기해줄 목소리를 고려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그가 캐스팅한 배우(?) 들을 살피면 토이의 음악적 특징과 바라보는 지점이 보인다.

▶사랑(선우정아, 김예림, 이수현, 권진아)=이번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진 외형적 변화가운데 하나는 여성보컬리스트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이전에 함께 작업했던 여성 보컬을 떠나 개성적인 보컬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핫한 여가수들을 대거 끌어들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 가장 뚜렷한 활약을 보인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굿바이 선, 굿바이 문‘으로 유희열의 낭만적 감수성을 장식했으며, 권진아는 가장 전형적인 발라드랄 ’그녀가 말했다‘로 토이 앨범의 한 장을 담당했다. 여기에 김예림은 특유의 속삭이듯 매력적인 음색으로 ’피아니시모‘를, 선우정아는 관능적 음색으로 ’언제나 타인‘을 부르며 유희열의 자유분방한 한 면을 그려냈다. 유희열은 ’언제나 타인‘에 대해 “제가 쓸 수 있는 통속적 마이너 뽕 발라드의 끝“이라고 덧붙였다.


▶동행(이적, 성시경, 김동률)=이번 앨범의 앞 트랙을 장식하는 아티스트형 음악인으로 불리는 이적, 성시경, 김동률. 셋의 이름만으로도 앨범의 중량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노래는 토이앨범의 구심점이자 시작이다. 이적은 토이 5집 ’모두 어디로 간 걸까‘를 통해, 성시경은 5집 ‘소박했던, 행복했던’과 6집 ‘딸에게 보내는 노래’로 함께 작업했지만 김동률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뮤직팜 소속인 이적과 김동률을 한 음반에 이름을 올린 것도 관심거리다. 둘은 한 때 듀오 ‘카니발’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으나소속사도 둘을 함께 묶지 못할 정도다.

이적이 부른 ‘ ’리셋‘은 애초 앨범의 첫 곡으로 낙점됐다. 유희열은 초창기 떨리는 마음을 찾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했다. 힘이 넘치는 반주와 내달리는 리듬을 뚫고 나오는 이적의 존재감, ’유희열표 발라드‘랄 청춘의 사랑과 이별의 절제된 공식은 “나 여기 있어”를 확인시켜준다. 유희열은 ‘세 사람’에 대해, “죽도록 좋아하진 않지만 좋아했던 사람이 결혼한단 소식에 가슴이 저릿한 묘한 느낌을 담았다”며, “가장 저다운 곡”이라고 소개했다. 김동률은 묵직한 음색으로 쓸쓸한 바닷가 폭죽놀이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담은 ‘너의 바다에 머무네’를 완성했다.

▶소통(다이나믹 듀오, 빈지노, 크러쉬)=랩퍼 다이나믹 듀오가 부른 ‘인생은 아름다워’와 빈지노가 참여한 ‘유앤아이’에 대해, 힙합 대세에 묻어가는 거냐는 주위의 반응과 달리 유희열은 “힙합은 모른다, 퓨전재즈에 가까운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이나믹 듀오에게 재즈 스캣하듯이 랩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인생은 아름다워’와 ‘유앤아이’는 랩퍼들이 곡완성의 일정부분을 담당한 셈이다.

유희열은 “사실 ’인생은 아름다워‘는 곡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는데 다듀의 랩이 들어가니까 퍼즐이 꽤 맞춰지는 느낌이었다”며, “앨범중 가장 자주 듣게 되는 곡”이라고 밝혔다. ’유앤아이‘는 편한 러브송으로 데모를 만들어 가이드로 흥얼거리다 포기한 곡. 색깔있는 가수를 물색하다 프라이머리와 크러쉬, 빈지노를 찾게 됐다. 이번 앨범 중 가장 젊은 감각의 곡이다.

유희열의 이번 앨범은 기존 작업과 마찬가지로 프로듀서와 객원보컬이라는 분업화된 공식을 따르고 있다. 유희열은 객원가수를 고를 때에 곡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하는 연기와 음색 때문에 고른다고 기준을 밝혔다. 그는 “토이 음반은 요즘 저는 이런 음악을 좋아하고 있다. 쟝르적 접근법 보다 당시 담고 싶은 음악적 어법을 잘 연기하는 분들 선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외전 같은 곡이 하나 들어있다. 앨범작업을 다 마친 뒤 쟈켓 사진 작업 중에 급하게 들어가게 된 고 신해철을 생각하며 지은 곡 ‘취한 밤’이다. 유희열은 “형의 사망소식을 듣고 그날 밤새 술먹고 취해서 집에 와 만든 곡”이라며 “형은 가면서도 나에게 곡을 주고 갔구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모두들 잘 살고 있나요 괜찮은 건가요(...)정말 고맙고 또 미안해요 우리 아프지만 마요“란 가사는 고 신해철의 마지막 앨범 ‘리부트 마이셀프’의 메시지와 닮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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