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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EC 폐막…구설수 오바마ㆍ화제남 푸틴ㆍ왕따 아베

  • 기사입력 2014-11-12 10:46 |강주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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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ㆍ천예선ㆍ문영규 기자]‘용(龍)의 소굴서 벌어진 빅4 서밋외교전 승자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1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심장부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신조 일본 총리 등 ‘글로벌 빅4’는 정치ㆍ경제ㆍ군사ㆍ외교 등의 패권을 놓고 불꽃튀는 ‘서밋외교’를 벌였다.

안방에서 손님을 맞은 시 주석은 미국을 포함한 APEC 회원국 21개 정상으로부터 자국이 강력히 추진 중인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의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영향력이 확대된 시 주석과 아태지역 패권을 놓고 한층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더구나 회의도중 껌을 씹는 모습이 TV 방송 화면에 포착돼 중국 네티즌들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수모는 당했지만, 실속은 챙겼다는 평가다. 2년만에 첫 중ㆍ일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시 주석이 시종일관 냉랭한 태도로 역사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외교 관례상 최악의수모를 당한 정상회담이란 평가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추가 가스협상 체결 등을 통해 신밀월관계를 확인하는 성과를 올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여사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중국 누리꾼의 큰 관심을 모았다.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있었던 한 행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껌 씹어 구설수 오른 오바마=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번 APEC 정상회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호의적인 이미지로 급부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동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맹주로 이름을 떨치며 실리를 챙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껌을 씹는 장면이 포착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USA투데이 등 외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내 수영 경기장인 ‘수이리팡’(水立方)에서 있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최의 환영만찬 당시 껌을 씹고 있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가 리무진에서 내리면서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무희들이 그를 둘러싸고 춤을 추는 동안 껌을 씹고 있었다는 것이다.

격식을 갖춘 당 지도부의 모습에 익숙한 중국 누리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례한 ‘놈팡이’(idler), 부주의한 ‘랩 가수’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인홍 칭화대 교수는 자신의 SNS 웨이보에 “우리가 가무를 통해 회담을 고급스럽게 만들었지만 오바마는 껌을 씹으면서 놈팡이처럼 차에서 내렸다”고 썼다.

이번 APEC 정상회담과 관련한 언론의 평가는 다소 혼재돼있다. 일부 언론은 다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의를 통해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미국의 투지를 보여줬고 전통적인 태평양 강국으로서의 역할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APEC 정상회의 간 베이징에서 있었던 정보기술(IT) 분야 관세철폐 협정인 정보기술협정(ITA) 합의와 관련해 일부 관계자들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으로 확대하는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협상대표는 “WTO파트너들과 함께 중국 정부를 제네바로 다시 되돌리는 성과를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IT 제품 수출국 중국의 자국내 산업보호를 완화하고 장벽을 낮추는 성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또한 NYT는 이번 회담에서 미-중 양국이 왜 라이벌이자 파트너인지를 보여줬다며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등 다자간 무역협정에는 이견을 보이면서도 IT 관세철폐 협정에는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언론도 아베 왕따. 중국의 인민일보가 11일자 2면에 게재한 사진이다. 맨위에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시주석과 악수하는 사진이 실렸다. 반면 아베 총리는 가장 하단에 일본 국기도 없이 실어 중국언론이 일본을 차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출처:아사히신문]

▶신(新) 밀월 즐긴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 여러 의미있는 ‘몸 짓’으로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평소 강한 ‘마초남’ 이미지를 보여 온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여사에게 살뜰하게 담요를 덮어주는 장면은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지난 10일 저녁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야외관람장에 모인 각 국 정상들 사이에서 푸틴 대통령은 옆 자리에 있던 펑 여사의 어깨에 담요를 둘러 줬다. 펑 여사는 그 즉시 웃으며 친절을 받아들였지만 몇 초 만에 담요를 옆에 있던 수행원에게 건네고 자신의 검은색 상의를 둘러 입었다.
10일(현지시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축하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야외관람장에 모인 각 국 정상들 사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옆 자리에 있던 펑리위안 여사의 어깨에 담요를 둘러 주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옛 소련과 마오쩌둥 시대 중국 간에 맺은 형제 관계의 유산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매너남’ 푸틴의 모습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G20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도 담요를 덮어준 일이 있다.

이 날 사진과 동영상은 이튿날 중국 웨이보, 위챗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공교롭게 중국은 11일이 ‘독신자의 날’인데다 푸틴 대통령은 ‘돌싱’인 터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푸틴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웨이보에는 “잘 했어, 푸틴 아저씨” “푸틴은 진정한 남자다. 멋있다”는 등의 호평이 줄이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푸틴의 인기는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7월 각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러시아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중국인의 66%가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관영통신들은 이번 일에 대해 어떠한 보도나 논평도 내놓지 않으며 일제히 함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부 미국 언론은 다소 자극적 표현을 써 중-러 양국의 ‘신밀월’을 조롱했다. 하지만 미국 CNN은 “최소한 푸틴은 셀피(셀카)는 찍지 않았다”며 APEC 현장에서 셀카를 촬영한 자국 대통령을 상기시키며 그 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내렸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말레이시아항공기 피격 사건 이후 서방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으며 코너에 몰려있는 푸틴 대통령은 형제국가 중국에서만큼은 안방에 있는 것처럼 시종 편안하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왕따’ 당했지만, 실속 챙긴 아베=‘냉대 vs 실익’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2년 반만에 중국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지만, 시종일관 계속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냉대에 전세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과 관련해 “회담은 2년 이상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전략적 호혜관계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관계개선의 커다란 진일보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도 “1차 아베내각(2006~2007년) 당시 합의한 전략적 호혜관계를 재확인하고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서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해상연락 메커니즘 합의했다”며 호평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일본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회견’이다”며 ‘정상회담’ 대신 ‘회견’을 써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시 주석도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현하면서 훈계조로 “최근 2년간 중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비곡직(是非曲直ㆍ누구의 잘못인지)’은 명확하다”며 양국관계의 갈등 원인이 일본 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회담 시간은 25분에 불과했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와의 어색한 분위기는 이번 APEC 행사에서 ‘표정외교’라는 화두를 낳았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와의 세번의 악수동안 단 한차례도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웃는 얼굴로 환대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를 보였다.

시 주석의 싸늘한 표정이 계속되자 “현지 글로벌 미디어센터의 관심은 ‘ABE(아베 총리의 영문명)’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이 관계개선의 ‘첫걸음’이라고 말했지만, 동시에 아베 총리가 말하는 ‘원점’으로 돌아가려면 아직도 먼 길이라는 것을 보여준 기회이기도 했다”고 평했다.

한편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관계 재출발의 계기가 될지는 결국 중국에 달렸다”며 “중일관계 긴장감을 고조시킨 상태로 두는 것이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쪽은 중국”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가 아시아 패권 장악을 위해 한층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펴고 국민의 마음을 결집시키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시 주석이 아베 총리와 보다 친기업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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