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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권남근> 슈퍼리치와 박세리
요즘 세계무대에서 한국여자골프 선수들이 신났다. 펄펄 난다. 올해만 벌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0승을 올렸다. 박인비는 그 중 3승을 거두며 지난 6월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시에게 빼앗겼던 1위 자리도 되찾았다.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이처럼 맹활약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타고난 자질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박세리가 일등공신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시름에 잠겨있던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물속 맨발 투혼으로 우승했다. 양말을 벗자 감춰졌던 하얀 발이 드러났다. 발목 위와 너무나 선명히 대비돼 이를 지켜 본 모두가 놀랐고 감동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박인비도 그때의 하얀발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 박인비는 신지애 등과 함께 ‘박세리 키즈’로 불린다. 박세리는 한국여자 골프사에 없던 길을 만들었고, 이 길을 박세리 키즈와 그들보다 더 어린 선수들이 계속 넓혀가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뉴 리치’들이 슈퍼리치의 반열에 잇달아 오르고 있다. 싱가포르 자산정보회사인 ‘웰스엑스’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1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빌리어네어들이 지난해만 155명이 생겼다. 자수성가형이 대부분으로 IT는 물론 의류, 바이오 등 분야도 다양하다.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길을 열고, 부를 쌓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뉴 리치의 등장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그들 중 다수는 그 나라의 성장산업과 미래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슈퍼리치의 숫자에서 보면 한국은 실망스럽다. 한국의 억만장자수는 30여명이며 그중에서 자수성가형은 10여명에 불과하다. 최근 IT부호의 열풍속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래리 페이지(구글), 제프 베조스(아마존)는 물론 마윈(알리바바)과 레이쥔(샤오미) 등 미국과 중국 신흥부호들의 성장세는 무섭다. 이런 속도라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슈퍼리치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자수성가형이 많은 IT부호 숫자(포브스 1분기 기준)에서 미국과 중국은 각각 62명과 22명이었지만 한국은 3명에 그쳤다. 일본도 6명이나 된다.

국가경제를 위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이 10개이상 더 나와야 된다는 주장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이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진 않는다.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과 같은 뚝심의 창업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은 늘 어렵다. 외롭다. 그래서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얻어 도전하고 청출어람의 새역사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침 이달 한국에서 전세계 벤처 창업자들이 모이는 행사의 주제가 ‘창업가는 현대의 영웅’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엔 취업과 고시가 아니라 세상을 한번 바꿔 보려는 일에 도전하려는 후끈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골프계의 박세리처럼 선도적인 슈퍼리치가 한명이라도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 그를 보고 누구나 꿈꾸고 싶은 슈퍼리치, ‘현대의 영웅’들이 잇달아 탄생하는 것, 결국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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