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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첨가물의 진화…1만가지 맛의 마법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현대인은 음식을 입으로만 먹지 않는다. 눈이나 코로도 음미할 수 있는 다채로운 음식을 찾는다. 이런 현대인에게 오감 만족의 즐거움을 선사해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식품첨가물이다.

식품첨가물이 본격적으로 우리 식탁에 올라오게 된 계기는 전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해외에 파병한 군인들에게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잘 썩지 않는 음식을 어떻게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강대국 정부들이 식품화학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했고, 그 결과 식품첨가물이 가미된 식품들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식품첨가물의 혁신은 계속됐다. 특히 최근 들어 독특하고 이색적인 식품을 찾는 식도락가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맛을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식품업계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유제품 향미 전문 개발업체 ‘시너지 플레이버스’의 식품첨가물 원료들. 다양한 원료를 활용ㆍ조합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최근엔 프렌치토스트맛이 나는 아이스크림도 개발 중이다. [자료=WSJ]

▶美식품첨가물 1만종 시대…맛의 무한변신=‘케첩은 토마토맛’이라는 따분한 고정관념은 깨진 지 오래다.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한다.

124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케첩회사 하인즈도 이런 시대의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창사 이래 토마토맛 케첩 단 하나의 상품만 고수해왔지만 2002년 마침내 고집을 꺾고 새로운 맛을 추가했다. 이젠 히스패닉을 겨냥한 매운 할라페뇨맛부터 발사믹 식초가 들어간 색다른 케첩까지 8종의 하인즈 케첩을 맛볼 수 있다.


앤디 워홀의 통조림 수프 그림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거대 식품기업 ‘캠벨 수프’의 인스턴트 수프는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종류의 맛을 자랑한다. 수프 통조림을 처음 선보인 뒤 90년 간 100여가지의 맛을 개발했지만, 최근 30년 동안엔 그 가짓수가 400종으로 늘었다. ‘태국식 토마토 코코넛 비스크(조개수프)’ ‘필라델피아식 치즈스테이크’ ‘매운 치킨 퀘사디아’ 등 선택폭을 넓혀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하인즈와 캠벨 수프의 사례는 최근 식품업계 트렌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미국 시민단체 퓨 채리터블 트러스트(PCT)는 미국에 시판되는 식품에 들어간 각종 첨가물이 1만여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1만가지 첨가물이 서로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맛과 향, 식감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최근엔 식품기업 대신 전문적으로 맛을 연구ㆍ개발해주는 향미전문개발업체(flavor house)까지 등장했다. 조미료, 향신료, 색소 등 다양한 원료를 조합해 기존에 없던 독특한 맛을 선사한다.

일례로 아이스크림, 요거트 등 유제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미국의 향미개발업체 ‘시너지 플레이버스’는 조미 조합 방식이 무려 8만가지에 달한다. 바나나맛만 해도 익지 않은 파란 바나나맛부터 캐러멜로 졸인 바나나포스터맛까지 1000종에 이른다.

식품회사들의 폭발적 수요에 힘입어 올해 미국의 향미개발업계 규모(매출기준)는 40억달러(약 4조3400억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레핑웰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03년 25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서 11년 간 60% 불어난 것이다.


▶합성조미료 믿어도 될까…유해성 논란에 자연재료 사용↑=식품첨가물을 뺀 식품을 먹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만큼 우리 식생활에 굳게 자리를 잡았지만,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 최대 샌드위치 체인 ‘서브웨이’는 올해 초 빵 반죽을 일정하게 부풀게 해주는 첨가물인 ‘아조다이카본아마이드’(ADA)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요가 매트, 구두 밑창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화학 물질이라며 소비자들의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식품첨가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건강에 나쁘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입장이다. 이해 부족에서 오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여론조사에서 비타민 B12가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는 소비자는 97%였지만, 정식 명칭인 ‘시아노코발라민’으로 표기할 경우엔 그 비율이 9%로 곤두박질했다는 결과도 있다.

일부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합성조미료를 천연조미료로 대체하기도 한다. 붉은색의 인공색소를 쓰는 대신 토마토와 엘더베리를 사용해 착색하거나, 꽃, 과일, 씨, 뿌리 식품에서 향과 맛을 추출하기 위한 기술에 거액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수프의 나트륨 수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난을 받았던 캠벨 수프는 천일염을 쓰고 있다. 한 향미개발업체가 기존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나트륨을 줄일 수 있는 합성소금 사용을 제안해왔지만 자연원료를 선택했다.

다만 비싼 연구비용 탓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천연조미료 개발의 걸림돌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천연원료를 확보하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시너지 플레이버스의 로드 소더스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원료를 천연원료로 바꾸는 일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가능하긴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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