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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둑한 배짱·물오른 샷감각…제주 바람은 ‘깜짝스타’ 택했다
생애 첫 우승컵 2년차 신예 이형준
마지막날 4홀 2오버…합계 6언더 우승컵
흔들리지 않는 샷·승부근성 경쟁자 압도
“낮게 공치는 스타일 오히려 장점으로…
단점 개선 중…아시아 최고 선수 되겠다”



“저 우승하는 것 보고 싶으셨죠.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생애 첫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는 압박감에도, 베테랑 골퍼들도 고개를 내젓는 제주의 심술맞은 강풍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생글생글 웃으며 매서운 샷감각에 승부근성까지 발휘,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린 순간이었다. 무명의 프로 2년차 이형준(22)이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생애 첫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헤럴드경제=제주ㆍ박해묵 기자] 2014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헤럴드ㆍKYJ 투어챔피언십이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힐ㆍ오션 코스(파72ㆍ6989야드)에서 펼쳐진 가운데 우승자 이형준 선수가 3일 오전 우승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3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제주CC에서 끝난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 최종라운드서 2타를 잃은 이형준은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를 기록, 홍순상(33·SK텔레콤)을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6000만원을 보탠 이형준은 시즌 상금 1억원을 돌파하며 상금랭킹이 43위에서 20위(1억8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8언더파 단독선두로 홍순상, 황인춘(40) 등 투어 베테랑 선수들과 챔피언조에서 최종라운드를 맞은 이형준은 디펜딩챔피언 허인회(27·JDX멀티스포츠)와 홍순상이 부지런히 쫓아왔지만 한 걸음 쫓기면 한 걸음 달아나며 선두를 굳게 지켰다. 특히 가장 어렵게 세팅된 8번홀(파5)에서 20야드 거리의 칩인 이글을 성공시키며 2위와 타수를 벌렸다. 이번 대회 이 홀에서 유일하게 기록된 이글이었다. 이형준은 14번홀(파3)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위기를 맞았지만 일몰로 곧바로 경기가 중단돼 안좋은 흐름을 끊을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이형준은 3일 속개된 잔여경기 네 홀에서 보기 2개를 기록하며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헤럴드경제=제주ㆍ박해묵 기자] 2014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헤럴드ㆍKYJ 투어챔피언십이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힐ㆍ오션 코스(파72ㆍ6989야드)에서 펼쳐진 가운데 3일 오전 이형준 선수가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선수로 부터 축하받고 있다..

이형준은 “아직까지 우승 실감이 안난다. 정말 골프 치면서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것같다”면서도 “남은 네 홀을 버티려고 했는데 그게 잘못된 것같다. 내 스타일대로 공격적으로 갔어야 했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선 이런 점들을 고쳐야 할 것같다”고 돌아봤다.

이형준이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건 2012년이었다. 하지만 1년간 벌어들인 상금은 겨우 957만원. 100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상금랭킹 112위로 시드를 잃었고 2014년 윈터투어를 거쳐 2년 만에 코리안투어에 복귀했다. 이전 대회까지 올해 최고 성적은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9위. 11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차례만 예선탈락할 만큼 꾸준한 성적을 냈다. 스스로도 “샷 감각에 물이 올랐다”고 자평할 만큼 아이언샷이 예리해졌다. 이형준은 “공을 낮게 치는 스타일인데 이게 원래 내 단점이었다. 그린에 공을 세우려면 높게 띄워 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엔 바람이 많이 불어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고 웃었다.

신예답지 않게 배짱도 두둑하다. 이번 대회는 2라운드부터 필드에 몰아친 비바람과 심한 안개로 54홀 경기로 축소된 데 이어 3라운드에도 초속 5~6m의 강한 바람 때문에 한때 대회 속개 여부가 불투명했다. 이대로 대회가 끝나면 2라운드 단독선두인 이형준이 우승을 확정하는 상황. 하지만 이형준은 3라운드를 앞두고 “생애 첫 승이다. 첫 우승인데 마지막까지 경기를 제대로 하고 당당하게 우승컵을 안고 싶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건 싫다”고 당찬 목소리를 냈다.

제주 출신의 하우스캐디(김서훈 씨)를 만난 것도 큰 힘이 됐다. 한라산 브레이크에다 종잡을 수 없는 제주 바람으로 많은 선수들이 그린 읽는 데 애를 먹었지만 이형준은 노련한 캐디의 조언대로 공을 보내면 그대로 홀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형준의 아버지 이동철 씨는 “캐디를 구하지 못해 내가 백을 메려고 제주에 왔다. 그런데 1라운드 아침에 지인에게서 하우스캐디가 섭외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캐디가 그린 라이를 읽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중앙대 4학년 휴학 중인 이형준은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혼자 생활을 하며 한 달에 한 번씩 전라도 광주 집에 들러 빨랫감을 맡기고 다시 투어 길에 오르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아버지 이동철씨는 “형준이가 중학교 2학년 때 내가 간암 수술을 했는데 그 때 일찍 철이 든 것같다. 한 번도 부모 힘들게 한 적도 없고, 힘들다 소리 한 적 없는 효자다. 투어 생활이 힘들지만 군말 없이 묵묵히 하고 있다. 고마운 아들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형준은 “우승해서 게을러졌다는 소리 듣지 않도록 마지막 신한동해오픈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시아 선수 중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게 가장 큰 꿈이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제주=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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