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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곳에서 오래오래 살거라” 황지현 양 발인
[헤럴드경제] “좋은 곳에서 오래오래 살거라.” 할머니는 연신 손녀의 이름을 불렀다.

세월호 참사의 295번째 희생자 황지현 양의 발인이 1일 오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엄수됐다. 품 안으로 돌아온 지 고작 사흘. 황 양의 부모는 다시 딸을 머나먼 곳으로 보내야 했다.

황 양의 유족과 친구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 50여 명이 황 양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로 향했다. 황 양이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꿈을 키우던 교정에는 검은색 정장 차림의 교사와 교복을 입은 학생 등 50여명이 마중나와 있었다. 운구차는 운동장을 한바퀴 빙 돈 뒤 학교 건물 앞에 섰다.

유족들은 황 양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황 양의 마지막 추억이 배인 3층 교실로 향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가슴 깊이 잠겨 있던 슬픔이 커져갔다. 어느새 교실에 다다랐을 때 학교는 흐느낌으로 일렁거렸다.

교실 책상 대부분에는 흰 국화꽃이 올려져 있었다. 황 양의 자리였던 두번째 줄 중간 책상에는 생일케이크에 꽂힌 초 17개가 황 양의 마지막 생일을 밝히고 있었다.

황 양의 부모는 딸이 앉았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딸이 보던 책을 꺼내 가슴에 안고 한참을 눈물을 흘렸다. 초는 말없이 타들어 갔다.

황 양의 부모는 딸 대신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황 양이 마지막으로 교실을 둘러볼 때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스승과 친구들은 황 양을 태운 운구차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흐느꼈다.

황 양의 시신은 지난달 28일 세월호 선내 4층 중앙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돼 황양의 18번째 생일인 다음 날 수습됐다.

세월호 참사 200일째인 이날 현재까지 탑승객 476명 중 확인된 사망자는 295명, 실종자는 9명이다.

이 가운데 단원고에서는 학생 246명, 교사 9명 등 255명이 희생됐고 학생 4명과교사 2명이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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