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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가계부채 늘어도 연체율이 낮으면 괜찮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고 지난 7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9월 말 국내은행 대출채권 및 연체율 현황’ 자료를 보면, 9월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500조2000억원으로, 5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무려 12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입니다. 가계대출이 최근 분기별로 6~9조원 가량 늘었던 점을 고려하면 30% 이상 급증한 수준입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대폭 늘었지만, 연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데이터만 보면 당국의 말이 맞는듯도 보입니다. 9월 말 현재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은 0.86%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가계대출 역시 0.59%로 같은 기간 0.12%포인트 떨어져 전체 연체율 하락폭보다 0.02%포인트 더 하락했습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1%를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 급증한 주택담보대출만 놓고 보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주담대출 연체율은 0.5%로 전월 말보다 0.06% 낮아졌습니다. 하락폭이 전체 가계대출 하락폭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체 원화대출 하락폭보다도 0.04%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대출을 받은 주담대출은 과연 주택을 구입하는데 사용했을까요. 아니면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활용됐을까요.

불행히도 후자로 사용하는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주택담보대출 용도별 현황’에 따르면, 주담대출을 주택구입 목적으로 대출한 사람은 규제완화 이전인 7월 전에는52.3%였지만, 7월 이후에는 43.4%로 줄었습니다.

반면 이미 빌린 돈을 갚으려고 대출했다는 응답률은 16%에서 24.3%로 8.3%포인트가량 늘었습니다. 생계자금을 목적으로 빌린 사람도 12.2%에서 13.4%로 1%포인트 이상 증가했습니다. 결국 LTVㆍDTI 규제완화가 정부의 의도대로 주택 구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가계부채의 규모만 키운 꼴이 된 것입니다.

이처럼 가계부채는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악화도 불가피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낮은 연체율’이라는 과거의 수치에안주하지 말고 앞으로 경기둔화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에도 미리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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