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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뤄낸 LH의 부채 감축 성과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9월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재영 사장은 작년 보다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뉴욕 S&P 본사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이 사장이 10개월간의 경영 성과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하자, S&P 등 국제신용평가 관계자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그로부터 몇일 뒤,LH의 국제 신용평가 등급은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한단계 올라 섰다.

지난해 11월 이 사장이 홍콩 S&P, 와 무디스를 찾아 “언제까지 외부환경만 탓할 수 없다”며 “내년부터 기금을 제외한 사채(社債)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의지는 좋지만, 가능하지 못한 일”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통합이후, 매년 평균 10조씩 사채가 증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분위기는 완전히 역전됐다.

이 사장과 뉴욕 출장을 함께 다녀온 윤복산 LH 재무처 차장은 “지난해 초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딛고 이뤄낸 성과“라고 말했다. 

LH 부채감축을 위한 노력이 전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이재영 LH 사장이 직원들에게 판촉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하는 모습이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뤄낸, 금융부채 5조 감축의 성과=그간 1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통장에 매월 7월이면 찍히던 상여금은 사라졌고 건물 벽에는 부채감축시계가 돌아갔다. 모니터를 켤때마다 지역본부 실적을 체크하는 판매신호등에 불이 켜졌다. 사기가 꺾인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부채1위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했기 때문이다.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이 사장의 말처럼, 직원들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변화는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9월 4일 LH측이 발표한 상반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LH는 상반기동안 매출 8조7000억원, 영업이익 6430억, 당기순이익 5182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7%가, 영업이익은 53%, 당기순이익은 20%가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부채가 10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05조7000억원과 비교하여 5조원 이상 감소했다는 것이다. 금융부채가 줄어든 것은 통합공사 출범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 금년 금융부채 감축 목표액인 104조3000억원을 이미 달성했다는 의미도 있다.

▶토지 판매가 부채감축의 일등 공신=부채감축의 일등 공신은 무엇보다, 토지판매를 통한 실적개선이다. 올해 토지판매 목표가 11조7000억원 이었으나, 지난달 말기준으로 판매실적은 12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목표를 3개월 이상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특히 공동주택용지 매각금액이 7조2000억원으로 판매목표 달성에 큰 기여를 했다.

하반기에는 공동주택용지 판매 호조에 따라 상업용지, 단독주택용지 등 주변토지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LH는 보고 있다. 9월말 현재 LH 토지와 주택을 합한 전체 공급실적은 14조8000억원으로 연간계획의 83%, 동기 목표 8조원 대비 184%의 달성률을 보였다. 대금회수는 16조7000원으로 연간계획 대비 94%를 달성했다. 올해 목표 대비 183%의 실적이다.

이런 실적의 뒤에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판매목표관리제’ 운영, ‘경영진중심의 판매비상경영위원회 등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또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 기간별 판매실적도 평가하는 등 판매목표 달성실적에 따라 내부평가 반영 비율을 대폭 확대하는 등 성과보상 체계도 강화했다.

정성시 LH 재무전략실 판매기획부 부장은 “올해 토지 판매가 되면, 내년에 대금회수가 이뤄져 결과적으로 부책감축 성과를 내게 된다”면서, “지난 29일에도 직원들에게 남은 두달 동안 더 한번 고삐를 죄어보자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LH는 여세를 몰아 2017년 까지 재무전망 기본안(192조6000억원)대비 49조4000억원의 부채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LH는 2013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시 이미 29조7000억원의 감축계획을 세운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감축 계획에 따라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대비 7조5000억원 추가 감축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LH는 조금더 박차를 가했다. 이번에는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목표(155조4000억원)보다 12조2000억원 더 감축해 총 19조7000억원을 줄였다. 2017년 부채목표 금액은 143조2000억원으로 설정됐다.

이재영 LH 사장은 지난해 ’회사채 동결‘을 선언함으로써 주변을 놀라게 했지만, 취임 1년도 안된 시간 동안 금융부채 5조원 감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사진은 진주혁신도시를 방문한 이 사장.

▶‘경영정상화’, ‘부채감축’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LH 처럼 재무구조가 열악한 상황에서 부채 증가 없이 정책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전처럼 공사 단독으로 사업비를 조달하는 것은 힘들어졌다. 정책사업 효과적 추진을 위한 해답은 사업방식 다각화였다.

LH는 사업방식 다각화의 일환으로 민간과 손을 잡았다. LH는 재무부담을 줄이고, 민간은 일거리가 생기는 그야말로 상생의 모델이었다. 주된 방식은 대행개발, 공공임대 리츠, 공공-민간 합동개발 등으로 민간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LH는 2014년도에 착수할 신규사업 사업비 14조2000억원 중 33%인 4조7000억원을 대행개발, 민간-공공 공동개발, 공공임대 리츠 등 사업방식 다각화를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향후 매년 다각화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 2017년도 까지 총 8조8000억원의 부채감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만경영’오명은 일찍 떨쳐버려야=LH는 지난 8월 20일 현 정부의 공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만경영부문 개선 과제를 정부가 최종 완료 마감일로 제시한 8월말 보다 앞당겨 모두 이행했다. 지난 6월말, 전체 개선 과제 20개 중 17개 항목을 이행한데 이어 나머지 핵심 쟁점대상 3개 항목도 노ㆍ사 합의, 조합원 동의, 이사회 규정개정 등 모든 절차를 통해 이행 완료했다.

이번 개선으로 퇴직금 산정시 경영평가 성과급 반영이 제외되고, 경영상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구조조정시 노조의 동의가 필요했던 조항을 삭제됐다.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이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노ㆍ사 모두 ‘이대로 가면 둘다 죽는다’라는 위기의식이 없이는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

특히 LH는 이미 2009년 10월 출범 직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복리후생 축소, 임금반납 등을 감내한 바 있다. 특히 2개 대형 노조가 존재하는 LH는 노ㆍ노ㆍ사 3자 간의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2중, 3중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LH는 경영진들의 전국 순회 설명회, 사장과 양노조위원장이 참여한 2박 3일간 노ㆍ사합동 워크숍 등을 열어 직원들의 공감대 형성을 이뤄냈다는 것이 LH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공기업 최초로 2급 부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이 매년 부채를 감축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임금인상분을 향후 3년간 반납하겠다고 자발적으로 결의하기도 했다.

단기간에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자세로 사업방식, 사업프로세스, 사업모델을 비롯해 업무행태까지 국민이 원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방향에 맞추어 새롭게 변화하고 철저히 개혁할 것”을 강도 높게 주문한 경영정상화 시책의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LH 측의 설명이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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