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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월드타워 르포> 한국 최고층 건물 꼭대기에선 무슨 일이...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29일 오전 10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서서 서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지상 371m의 높이, 88층 건물이다. 맑은 날씨에는 인천 앞바다가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날씨 탓에 시야는 좁아졌지만 서해에서 굽이굽이쳐 안개를 뚫고 잠실까지 뻗어들어온 한강줄기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시선 밑으로는 안전모를 눌러쓴 노동자들이 371m 높이에서 벌겋게 상기된 채 작업 중이고, 그 옆으로는 손에 닿을 듯 구름이 흐르고 있다. 비현실적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자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 타워동(제2롯데 타워) 88층 바닥. 이미 지난 4월 국내 고층 건물 기록을 갈아엎고, 매주마다 우리나라 초고층 건물 기록을 자체 갱신하고 있는 제2롯데월드타워를 찾았다.

롯데건설 김종식 현장 주재임원(이사)과 심성택 차장이 함께했다.

제2롯데타워는 현재,외주부는 76층, 외주부 중간을 뚫고 있는 코어부는 87층까지 공사가 진행된 상태다. 코어부는 건물 전체의 하중의 40%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며, 엘리베이터가 다니는 통로역할을 한다. 코어부가 지어지면 곧이어, 코어부를 둘러싸는 외주부 공사, 커튼월 공사가 함께 병행된다. 

흰색 타워 크레인 두대가 보인다. 이 크레인은 64톤의 무게를 옮길 수 있으며, 지상에서 자재 등을 작업장까지 실어나른다,

1층에서 만난 일행은 50대 여성이 운전원으로 있는 호이스트에 올라섰다.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자동으로 멈춰서는 엘리베이터와는 달리, 호이스트는 운전원이 내부에서 작동을 해야만 움직이는 구조라는 김 이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외주부 호이스트는 지하3층에서 76층까지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8대의 호이스트가 외주부에서, 그리고 1대의 호이스트가 코어부에서 운영 중이다. 호이스트가 지면과 멀어질수록, 철창 밖으로 잠실, 송파구, 서울전경이 순서대로 눈에 들어온다.

눈안에 들어오는 전경이 넓어질 수록, 몸은 후덜거렸고 기분은 아찔해졌다. 무심히 서있는 여성 운전원을 향해 무섭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만 돌아왔다. 종착점인 64층에 도달할 쯤, 귀가 갑자기 먹먹해져왔다. 기자가 찡긋거리자, 김 이사는 ”기압차 때문에 그럴꺼에요“라며 웃었다. 

그물망 너머로 바라본 석촌 호수 서호 모습, 호수 가운데에는 롯데월드 아일랜드가 떠 있다.

출발한지 5분정도 지나 우리가 탄 호이스트는 코어부 호이스트가 출발하는 64층에 멈춰섰다. 코어부 호이스트로 갈아탄 우리 일행은 지상에서 출발한지 약 10여분 만에, 마지막 종착점인 84층에 도착했다.

84층에서 내린뒤 발을 디딘 곳은 자동상승발판거푸집(ACSㆍAuto Climbing System). 87층까지는 ACS 내부에 있는 계단을 통해 걸어올라가야 했다.

심 차장은 ”코어부가 한층 한층 올라 설 때 이뤄지는 대부분의 작업이, 이 ACS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코어부를 둘러싼 ACS는 7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고, 이 7개 층(-3~+3발판)에서 노동자들이 철근작업, 선작업 등을 해, 코어부의 한층 한층을 올려 세운다는 것이다.

그물 오른편에 보이는 붉은색 장비가 CPD다. CPD는 지상1층에서 콘크리트를 상부까지 끌어올리는 기능을 하고 있다.

기자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겹겹이 쳐져 있는 안전 그물이었다. 노랑, 초록 등 3개의 그물망이 ACS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초고층 빌딩이다 보니, 스패너 하나라도 떨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라는 김 이사 설명이 더해졌다. 바닥에도 3개의 그물망이 쳐져 있었다. 눈길이 닿는 곳 마다 소화기와 배낭형태의 소화도구가 비치돼 있다. 안전을 알리는 팻말도 곳곳에 서 있었고, 바닥에도 ‘주의’라는 글씨가 붉게 새겨져 있었다.

ACS 마지막 층인 7층(+3발판) 계단을 벗어나 안쪽으로 몇발자국 옮기니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우리가 올라선 곳은, 87층 철근조립 현장, 88층 바닥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 하는 건물 중, 가장 높은 곳이다. 육중한 건설장비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안전모를 눌러쓰고 작업을 진행중인 10여명의 노동자들이 붉게 상기돼 있었다.

갑자기 ’지이잉‘하는 기계소리가 들렸다. 타워크레인이 움직이는 소리다. 32톤 짜리 노란색 타워크레인이 1층에서 데크(Deck)자재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현재 이곳에는 32톤 2대, 64톤 2대 등 총 4대의 타워크레인이 작업중이다. 

88층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모습. 한강 너머로, 지평선이 보인다.

크레인처럼 생긴 빨간색 장비도 보인다. 이 장비는 크레인이 아닌, 콘크리드 압송장비(CPB)라고 했다. 이 붉은색 기계는 기다란 관절을 꺾어가며 지상1층에서 끌어올린 콘크리트를 철근 작업이 끝난 곳에 들이 붓는다고 했다.

시선 아래쪽으로 하얀색 임시 가설물이 있었다. ACS 7층(+3발판) 층에 설치된 대변용 화장실이었다. 한 쪽켠에 물통이 쌓여 있는 곳도 있었는데, 이건 소변용 변기였다. 일주일에 한번씩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대변용 화장실을 밖으로 옮기고, 새로운 화장실을 설치한다고 했다. 소변용은 호이스트를 통해 비운다고 했다. 이 ACS 7층에는 간이 휴게실도 있었다. 온수기와 커피, 의자 등이 비취돼 있고, 직원 6~7명이 쉴 수 있는 크기의 공간으로 마련됐다.

눈앞에 펼쳐진 경이로운 광경과, 371m에서 땀을 흘리고 노동자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무렵,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시작 된 것이다.

우리 일행도 노동자들과 함께 함바집(현장식당)으로 향했다. 함바집은, 지하3층, 지상 35층 두군데에 마련돼 있었다. 고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35층, 저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하3층으로 이동해 밥을 먹는다고 했다. 

제2롯데월드 타워 전경. 29일 현재, 88층 철근 작업을 진행중이다. 롯데 월드 타워는 완공되면, 123층 555m로의 높이로 세계에서 6번째 높은 빌딩이 된다.

우리는 호이스트를 타고, 64층으로 내려간뒤, 다시 외주부에 있는 호이스트로 갈아탔다. 호이스트가 35층으로 다가설 수록 밥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오른 쪽으로 돌아서자, 임시로 설치된 흰색 천막이 보였고, 앞으로 길게 늘어선 배식줄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은 어느새 몰려든 노동자들의 웃음소리, 이야기소리로 금새 왁자지껄해졌다. 노동자들은 35층에 들어서며 쓰고 있던 안전모를 벗어 손에 들었고, 일부는 무거운 조끼를 내려 놓기도 했다. 메뉴는 돼지고기 보쌈이었다. 지하3층에 마련된 함바집 3곳 중 한 곳에서 순서대로 35층으로 밥을 호이스트로 올려보낸다고 했다.

식사를 마친 일부 노동자들은 같은 층에 텐트 형식으로 마련된 휴게소로 향했다. 그들이 들어 간 곳을 따라가보니, 아득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누워 단잠을 청하는 노동자도 눈에 띄었다.

식사를 끝마친 시간은, 12시 50분. 우리 일행은, 다시 호이스트를 타고 지상 1층으로 내려왔다.이로써, 약 2시간에 걸친 제2롯데타워 탐방은 끝이 났다. 김 이사와 심 차장을 뒤로 하고 1층에서 쉬고 있는 일부 노동자들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심 차장이 본지 기자에게 남긴 말이 떠올랐다.

“제2롯데타워의 안전은 당연한 것이고, 기본이지요. 이와 더불어 사람들이 함게 알아줬으면 하는게 있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20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보람을 가지고 일하는 일터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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