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병기 연예톡톡]‘달콤한~’ 미세하게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삶’이 보인다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SBS ‘달콤한 나의 도시’는 결혼 적령기 여자 4명이 살아나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물이다. 아직 1회가 더 남아있으나 22일 방송된 9화로 이들 여성의 이야기는 끝났다.

‘달콤한~‘이 밋밋하다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아쉬웠다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밋밋해서 좋았다는 사람도 있다. 결혼과 연애, 직장, 가족간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좇아가다 보니 큰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이 그리 요란할 리 없다.

교양 PD들이 만든 ‘달콤한~‘은 MSG(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 큰 재미는 없을지 몰라도30살 즈음의 여성들이 겪는 일들을 통해 공감대을 불러일으키며,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막장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별다른 자극이나 사건, 유머 코드 없이 일상적으로 굴러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큰 반응을 보이기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미세하게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삶’이 보인다. 한 회만 봐서는 스토리의 나열 정도만 눈에 들어와 이 프로그램의 진가를 알 수 없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시청자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신경과 의사 경민과의 결혼을 앞둔 회사원 임현성(30)은 대학교 써클에서 만난 남자와 어떻게 부부의 연을 맺게 되는지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별다른 형식이나 전략 없이 믿음과 사랑을 조금씩 키워온 두 사람은 모두 차분하다. 애어른 같다. 하지만 평소 현성이 이야기해왔던 내용들을 모두 담은 ‘바다‘를 콘텐츠로 프러포즈를 하는 경민의 모습은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런 게 배려와 진정성이 아니겠는가.

3년차 변호사 오수진(29)과 헤어 디자이너 최송이(27)는 직장이라는 ‘공간’이 관찰의 대상이다. 변호사란 직업은 언뜻 보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업이다. 하지만 오수진에게는 하루종일, 밤 12시가 넘도록 일을 해야 하는 공간이었다. 삶이 직장에 완전히 저당잡혀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그녀의 삶이 충분히 이해됐다. 오수진은 항공대 졸업에 로스쿨 1기 출신이다. 자신이 근무하는 로펌만 해도 서울대 출신들이 많았다. 이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을 열심히, 또 잘 할 수밖에 없다. 회식 자리에서 ‘소맥‘을 10잔 넘게 먹는 것도 지지 않겠다는 승부욕도 포함됐으리라.

오수진은 잦은 야근과 과다한 업무로 가족들과도 멀어져가고 있었다. 22일 아빠와 19년만에 데이트에 나서 야구를 즐기고,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 특히 아빠가 사회초년생 딸에게 해주는 말에서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오수진은 그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연애와 결혼을 꿈꾼다. 비록 소개팅 자리에서 마음에 들지 않은 남자를 만났지만, 생일에 맞춰 꽃을 보내오는 남자도 있다. 오수진에게 ‘연애세포’는 죽지않았다. 오수진 씨 파이팅!

연예인급 외모를 지닌 헤어디자이너 최송이(27)의 삶도 만만치 않았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까다로운 손님과 점장, 캡틴 등 신경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헤어샵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실체를 알게해 주었다. 최송이는 그런 환경을 딛고 직장에서 실력으로 인정받는 날을 향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최송이는 22일 사장(캡틴)의 머리를 자르면서 또 한번 성장했을 것이다.

인터넷 영어강사 최정인(28)은 남자친구 성찬과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들 관계가특이했다. 여자친구는 결혼하자고 하고, 남자친구는 “누구와 결혼하느냐가 문제지”라는 선문답같은 소리를 한다. 이렇게도 연애가 지속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도 속으로는 정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것 같았다. 정인이 가장 실천하기 힘들어하는 다이어트 의욕을 고취시켜주는 것도 남자친구다.

두 사람은 잘 다툰다. 관계가 악화될 것 같았다. 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즐겁게 데이트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말하는 법, 소통의 방식을 조금만 바꾼다면 가장 견고한 커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반인의 일과 사랑, 가족 이야기는 끝이 있을 수 없다.‘달콤한 나의 도시’도 극적인 연출 없이 끝났다. 시즌2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