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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둑맞은 보물급 불교문화재 48점 돌아왔다

보물급 문화재 포함ㆍ점당 수억원 가치
경찰 “공소시효 폐지, 자진신고제 등 필요”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한 사립박물관장이 보관해온 도난 불교문화재 수십 점이 경찰과 문화재청에 의해 회수됐다. 회수된 불교 문화재들은 당시 불교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작품들로 점당 추정가가 수억원을 웃돌뿐 아니라 보물급 문화재도 10점 이상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국 20개 사찰에서 도난된 불교문화재를 개인 창고에 은닉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사립박물관장 권모(73) 씨와 매매를 알선한 경매업체 대표 이모(53ㆍ여)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해외로 도피한 문화재 매매업자 정모(66) 씨를 쫓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하지만 문화재 매매업자 정모(55) 씨 등 5명은 장물 취득ㆍ알선 범죄의 공소시효(7년)가 완성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같은 혐의를 받은 매매업자 4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설명=‘목조관음보살좌상’(1689). 17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조각승 ‘단응’과 ‘탁밀’의 작품으로 2004. 5. 13 새벽 충북 제천의 ‘정방사’ 에서 도난(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경찰에 따르면 서울의 한 사립박물관장인 권 씨는 지난 1989년 5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20차례에 걸쳐 경북 청도 용천사 ‘영산회상도’, 수덕사 ‘지장시왕도’, 충북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조선시대 도난 불교문화재 48점을 사들여 서울과 경기도 성남에 있는 타인 명의 수장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씨는 개인 채무 문제로 도난 문화재 5점 등 16점이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범행이 들통났다.

경찰은 도난된 문화재가 경매로 나왔다는 조계사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권 씨로부터 문화재 48점을 회수했다.

권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교 문화재에 대한 애착이 커 오랜 기간 관련 문화재를 수집해왔고, 이것들이 도난 문화재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회수된 문화재들이 문화재청의 ‘도난 문화재 정보’와 조계종의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등록된 만큼, 문화재 전문가인 권 씨가 이를 몰랐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회수된 불화 23점 가운데 17세기 작품이 1점, 18세기 작품이 10점”이라며 “18세기 후반의 불화가 최근 보물로 지정된 사례와 17세기 불화가 굉장히 드문 점을 고려하면 보물로 지정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회수된 문화재 가운데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이미 충북 유형문화재 206호로 지정된 작품이고, 용천사의 ‘영산회상도’는 경매당시 추정가가 6∼7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한편 이들 문화재는 유통 과정에서 도난품임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훼손되기도 했다.

경북 삼척 영은사의 ‘영산회상도’와 경북 청송 대전사의 ‘신중도’ 등은 불화의 제작자와 봉안장소 등을 담은 기록인 ‘화기’(畵記)가 오려졌고, 전북 전주 서고사의 ‘나한상’은 경매 출품을 위해 조각상에 덧칠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문화재 매매 허가제를 도입해 허가 없이 팔린 문화재가 도난품으로 확인되면 매매를 무효로 하고,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재 관련 범죄는 피의자 처벌보다는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문화재를 회수하여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기에, 자진신고시 처벌을 감면해주는 ‘불법 문화재 자진신고제’ 등을 운영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회수된 문화재들은 현재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추후 피해 사찰로 환수될 예정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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