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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 국감서 ‘친박 커밍아웃’한 곽성문의 기가 찰 코미디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국감장. 도대체 품위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국감장. 이런 국감 현장에 대해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린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공격과 수비, 어떨땐 적대적 수비와 소극적 공격이 이뤄지다보니 말 실수도 연발된다. 이번 국감에서 ‘국회 해산’을 얘기한 정종섭 안행부 장관, ‘척 하면 척’ 발언을 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 떨어진다’고 한 설훈 의원. 이들의 입(?)에 각종 뒷말이 뒤따랐다.

국감장은 당연히 ‘예’, ‘예’하는 장소는 아니다. 소신과 소신이 충돌하다보면 입씨름이 벌어질 수 있다. 일부 설화(舌禍)는 그래서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한쪽에선 옹호의 박수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다. 상식 선을 벗어났다. 곽성문 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 얘기다.

곽 사장은 21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코바코에 누가 지원하라고 하셨나요”라는 최민희 의원의 질문에 “친박 의원들 그런 분들과 상의를 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쪽(청와대)에서 연락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의원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국감장에서 당당히 ‘친박 커밍아웃’을 한 셈이다. 곽 사장은 지난달 사장 임명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이 발언이 나오게 된 발원지는 충격적이다. 국감장에서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곽 사장의 ‘코바코 사장 공모 지원서’를 공개했다. 전 의원이 공개한 지원서에는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년이 되는 1994년 당시 큰 영애(박근혜 대통령) 인터뷰를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됐다. 친박그룹 일원으로 의정 생활 내내 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섰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써 있다고 한다.

이 지원서 내용이 국감장 화두에 올랐고, 최 의원이 지원배경을 물었으며, 결국 ‘친박 인사와 상의했다’는 답으로 돌아온 것이다.

냉철하고 권위적인 의원들 앞에서 겁이 나고, 떨리다보니 실수로 나온 답변일 수 있지만 곽 사장의 개별 공사 수장으로서 철학이 제대로 정립돼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국감서 공개된 사장 지원서가 사실이라면 ‘충성 맹세서’와 다름이 아니다. 앞으로 공사 경영 방향이 ‘눈치보기’로 일관될 것임은 명약관화다.

암튼 역대 국감장을 통틀어 최고로 웃기는 코미디가 방송됐다. 커밍아웃할 장소가 따로 있지, 이건 무슨 코미디인가.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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