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영화정보 프로그램, 대작영화 휩쓸면 그것만 따라가는 방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장구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며 사랑받는 방송사의 대표 저비용 고효율 상품이다.

1993년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이 첫 방송되던 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영화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졌음에도 지상파 방송3사를 포함해 케이블ㆍ지역ㆍ위성TV까지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무려 십여 편(KBS2 ‘영화가 좋다’, SBS ‘접속 무비월드’, EBS ‘시네마천국’, OBS ‘시네뮤직’, 채널CGV ‘주말N영화’, 스크린 ‘위클리매거진: 영화의 발견’ 외)에 달한다.

대단한 변별력을 찾기 힘든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같은 시청층을 놓고 ‘시청률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기획과 코너를 통해 경쟁력을 찾는 고심 중이나, 제작진은 이것 못지 않게 영화정보 프로그램이 가져가야 하는 ‘본질적인 고민’과도 마주하고 있다. 전문성과 대중성,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출발 비디오 여행’이 국내 영화정보프로그램의 포맷을 제공하며 첫 출발하던 당시 이 프로그램의 성격은 현재와는 달랐다. 영화감독과 학자들이 총출동해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더했으나, 현재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많이 가벼워졌다. “시청자들이 영화에 대한 전문성 보다는 스토리텔링의 다양성과 재미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덕현 평론가의 분석이다.

때문에 영화 정보 프로그램은 “정보는 기본이고, 절대 잃어버려선 안 되는게 재미”(‘출발 비디오여행’ 외주제작사 아피아 프로덕션 강민구 팀장)라고 강조하며 “대중에게 알려지기 직전 단계의 정보를 다루되 평론에 있어서도 교조주의같은 엄숙한 논의보다는 콜라처럼 가벼운 수다”(‘접속 무비월드’ 김재영 SBS 프로듀서)를 다룬다.

평론가나 영화감독이 출연해 한 편의 영화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접속 무비월드’의 ‘영화는 수다다’, ‘위클리매거진:영화의 발견’의 ‘영화의 품격’ 코너가 대표적이다. 대중이 평론가인 시대에 엄숙한 비평보다는 재미있는 비평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묵직한 한 줄의 멘트”(김재영 프로듀서)에 포인트를 둔다. ‘출발 비디오 여행’이 지난해 11월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관상’과 ‘초능력자’를 다루며 “평생 이 나라에 살았어도 소통 안 되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이 다른 나라 가서는 외국어는 유창하다”고 던진 멘트가 겨냥한 ‘그런 분’이 겨냥하는 의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위클리매거진:영화의 발견’에서 시청자에겐 일반인에 가깝지만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숨은 영화고수 3인방이 진행하는 ‘개인의 취향’ 코너는 영화 비평에 있어 보다 대중의 정서를 끌어올렸다. 이충효 스크린 팀장은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코너에 대해 설명했다. 


▶ 다양성 추구, 왜 못할까=‘그 나물에 그 밥’이란 이야기는 제작진의 입장에선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될 쓴 소리다. 이들 영화 정보프로그램은 대체로 주말 오전 시간대에 포진해 비슷한 구성으로 시청자와 만나는데, 소개되는 영화가 상당히 난감하다.

대형 신작영화가 개봉을 앞두면 주말 오전 전 채널에서 같은 영화가 소개된다. 바이럴 마케팅은 대형 배급사 트위터 관리자의 몫이다. 지난 7월 25일 ‘명량’의 개봉을 앞두고 CJ 엔터테인먼트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명량’ 주말 영화프로그램 방송 안내! 명량 개봉까지 기다리기 힘드시다면? 주말엔 본방사수로 출정하라~ 7/26(토) 오전 10시 10분 KBS 영화가 좋다, 10시 55분 SBS 접속! 무비월드, 7/27(일) 낮12시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이라고 알렸다. 지난 2월 28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주말내내~‘몬스터’가 롯친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이번주는 ‘몬스터’와 함께 강렬하게 보내는 걸로~ 토요일-채널CGV ‘주말 N 영화’, KBS2 ‘영화가 좋다’,SBS ‘접속! 무비월드’ 일요일-MBC ‘출발! 비디오 여행’”라고 알렸다.

반면 저예산 영화나 예술영화,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가 소개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몬스터’와 비슷한 시기 개봉,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던 또 하나의 약속’이 지상파 3사 영화정보 프로그램 어디에서도 소개되지 않은 건 꽤나 ‘불편한 진실’이다.

때문에 김재영 SBS 프로듀서는 “소수의 선택받지 못한 영화, 다큐나 독립영화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 시청률의 영향을 받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 같고, 굵직한 영화에 포커스가 모이면 방송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영화정보 프로그램도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비슷한 메뉴를 밥상을 올리는게 아닌가 싶다. ‘명량’ 같은 대작이 영화계를 휩쓸면, 다른 영화는 다 죽어버리는 것처럼, 방송이 이 같은 현상에 방조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한다”는 자기반성도 따라온다.

‘위클리 매거진:영화의 발견’은 방송 2주차 밖에 되지 않은 완벽한 후발주자이지만 이 지점을 공략했다. 예술영화관 씨네큐브를 보유한 티캐스트 계열의 영화채널 답게 다양성 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폭 넓은 영화를 다루고 있다.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