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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가 득세하는 프로야구…팬들 요구에도 ‘강한 감독’ 상징 김성근 감독 모시기에 머뭇
2014 프로야구 정규 리그가 끝나고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구단 사령탑에 한바탕 칼바람이 불었다. 이런 가운데 소속 구단인 독립리그 고양 원더스의 해체로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 ‘야신’ 김성근(72) 감독의 거취가 주목된다.

김 감독은 부임한 팀을 항상 우승에 근접시키는 ‘우승청부사’이기도 하지만 프런트의 간섭을 싫어하는 스타일상 구단이 뽑아들기 좋은 카드만은 아니다. 김 감독으로선 칠순을 넘겨 사실상 현직 감독으로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는 과연 돌아올 것인가. 그렇다면 어디에 안착할 것인가.

선택지는 이미 상당히 압축된 상태다.

롯데 자이언츠는 김시진(56) 감독이 지난 17일 시즌 최종전이 끝나자마자 자진사퇴하고 짐을 쌌다. SK 와이번스는 이만수(56)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지난 3년간 구단에서 육성총괄을 맡아온 김용희(59) 감독을 21일 맞아들였다. 두산 베어스도 같은 날 계약 기간 3년 중 1년만 보낸 송일수(64) 감독을 경질하고 두산 프랜차이즈스타 출신 김태형(47) SK 배터리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한화 이글스의 김응용(73) 감독도 2년 계약이 만료된 가운데 지난 해 6위, 올해 8위 꼴찌의 성적으로 재계약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경질이 확실시되던 KIA 타이거즈의 선동열(51) 감독만 구단 수뇌부의 적극적인 의지로 2년 재계약이 이뤄졌다.

반면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에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51) 감독, 신기록 행진으로 2위에 오른 넥센 염경엽(46) 감독, 막내 돌풍을 일으킨 3위 NC 김경문(56) 감독, 갑작스런 취임에도 꼴찌 LG를 4위까지 올려 놓은 양상문(53 감독 등 한창 가을야구 맛을 보고 있는 4개구단 감독들이다.

결국 김성근 감독의 선택지는 아직 새 사령탑을 앉히지 않은 롯데와 한화, 그리고 아무 구단도 선택하지 않는 것 3가지다.

롯데행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 프런트는 지난 8월 잔여 27경기를 남은 상황에서 김시진 감독에게 코치진 4명의 2군행을 요구하며 사퇴를 종용했다. 김 감독은 미리 짐을 쌌다. 롯데 측은 김시진 감독이 선수단을 휘어잡지 못한 것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작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을 수용할 뜻은 없어 보인다. 프런트의 간섭을 극도로 싫어하는 김성근 감독이 이런 롯데 구단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한화로 발걸음을 향할 가능성에 좀더 무게가 실린다. 김성근 감독 이상의 권위와 명성을 떨쳤던 김응용 감독마저 만세를 부른 곳이 한화다. 선수 개개인 기량은 뛰어난데 나사가 제대로 풀려 있어 팀 성적은 항상 바닥이다. 아예 새 얼굴을 찾을 게 아니라면 김성근 감독 영입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최선의 카드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어떤 구단으로부터도 오퍼를 받은 적이 없으며, 접촉한 사실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단 오너가 강력히 원한다면 김 감독의 한화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 투수 코치를 시작으로 OB 베어스 감독,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감독을 두루 거친 잡초 야구인이다. 하위권에 처져 있던 SK에서 5년 동안 지휘봉을 잡아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면서 뒤늦게 명장본색을 발휘했다.

그는 2011년 구단과의 마찰로 중도 하차한 뒤 2012년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부임해 지옥훈련으로 선수들을 조련해 LG 황목치승, 한화 안태영, 송주호를 비롯해 22명을 프로 구단으로 진출시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국내 프로야구도 미국프로야구처럼 점점 프런트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가을야구 첫관문에서 탈락한 LA 다저스가 단장은 해임하고 감독을 유임한 것처럼 역할분담에 따른 책임분담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선수 수급과 구성은 프런트가 하겠다며 나서지만, 성적부진시 책임은 감독에게 전가한다. 이런 실정에서 김 감독의 ‘나 혼자’ 방식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여전히 유효한 야구로 보인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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