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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출비’ vs ‘접속’ vs ‘영화의 발견’…영화정보 프로그램의 전략은?
MBC ‘출발 비디오 여행’(1993년 10월 19일 첫 방송)

고승희=‘기막힌 이야기’의 ‘기막한 낚시’…‘실검’ 제조의 달인 ★★☆

정진영=가끔은 ‘출발! 스포일러 여행’ 느낌…‘영화 대 영화’는 좋았었다. ★★☆


SBS ‘접속 무비월드’ (1999년 4월 19일 첫 방송)

고승희=차승원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조합…영화로 사건을 다루는 스킬 ★★☆

정진영= ‘출발 비디오 여행’과 방송 시간이 겹치지 않아 다행인가? ★★


KBS2 '영화가 좋다' 10:20 4.2% (2006년 11월 25일 첫 방송)

고승희= 언제까지 따라만 갈 텐가 ★☆

정진영= 딱히 특징도 없고 재미도 없고… ★


스크린 ‘위클리매거진: 영화의 발견’ (2014년 10월 11일 첫 방송)

고승희=케이블 한계 넘어 지상파 저격…영화도 비평도 다양해졌다 ★★★

정진영=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 진행은 일단 신선하지만 두고 봅시다. ★★☆


국민배우는 있어도 국민MC는 없다. 엄청난 전문성이나 배꼽 잡는 웃음으로 무장하지도 않았다. 대단히 참신하고 독창적인 기획이 바탕하는 것도 아니다. 놀랄 만큼 포맷도 유사하다. 완성된 콘텐츠를 재가공해 엇비슷한 내용을 쏟아내는 각 채널들의 영화정보 프로그램 얘기다.

지난 1993년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이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정보 프로그램으로 안방에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ㆍ지역ㆍ위성TV까지 포함하면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무려 십여 편(KBS2 ‘영화가 좋다’, SBS ‘접속 무비월드’, EBS ‘시네마천국’, OBS ‘시네뮤직’, 채널CGV ‘주말N영화’, 스크린 ‘위클리매거진: 영화의 발견’ 외)에 달한다. 


방송가에 영화정보 프로그램이 등장한 배경은 “일요일엔 짜파게티와 ‘출발 비디오 여행’”이라는 패러디 문구까지 남긴 ‘출발 비디오 여행’의 탄생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로그램의 외주제작사인 아피아 프로덕션 강민구 팀장은 “영화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고, 극장보다는 비디오로 영화를 소비하던 시절 ‘비디오’를 이야기해보자며 93년 9월 ‘출발 비디오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1994년 현재의 제목으로 바뀌게 됐다. 놀랍게도 21년이 흘러 비디오 시절이 지난 현재에도 이 프로그램의 제목엔 여전히 ‘비디오’가 들어가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 플랫폼 환경이 다양해져 영화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경쟁프로그램인 ‘접속 무비월드’와 KBS2 ‘영화가 좋다’도 마찬가지다.

사실 방송사 입장에선 이만한 효자상품이 없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저렴한 제작비로 광고주가 사랑하는 ‘가장 구매력이 왕성한’ 2049 세대를 붙잡아두니 파괴력은 없어도 실속은 챙기는 ‘저비용 고효율’ 상품이다. 이에 더해 방송사 입장에선 ‘문화창달’에 기여한다는 명분과 함께 젊은 PD들에게 스토리텔링의 내공을 길러준다는 이점도 따라온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은 가만 보니 변별력이 없다. 일단 기본 구성은 신작 영화 소개와 영화 비교, 배우 인터뷰 등으로 하나, 소개되는 신작영화는 ‘재방송’ 수준이라 난감하기 그지 없다. 일부 시청자 사이에선 “스포일러 마저 닮은꼴”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그럼에도 평균 4~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에는 고정 시청층이 있다. 이들이 말하는 프로그램의 매력은 “산재한 정보를 정제해 제공”(40대 직장인 조모 씨)하니 “개인의 입맛에 따라 볼 만한 영화를 판단”(20대 후반 직장인 김모 씨)할 수 있고, 2차가공의 묘미를 살린 재구성을 통해 “미처 보지 못한 세계에 큰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환상을 준다”(트위터 사용자 @sadlymoral) 는 일종의 ‘엿보기’의 심리마저 있다는 것이다. 끈질긴 생명력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을 앞세워 생존방식을 모색한다는게 그 이유다.


▶ 전략 1. ‘1mm의 차이’가 경쟁력=정보 홍수의 시대에선 1mm의 차이가 경쟁력이다. 과거와 달리 영화정보를 어디서든 얻을 수 있게 된 시대가 되자 프로그램의 방식도 다소 달라졌다. ‘신작영화’ 소개의 비중은 나날이 줄었고, 대신 각 프로그램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코너를 내놓고 있다.

영화정보 프로그램의 현재 포맷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맏형격인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은 ‘다름’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강민구 팀장은 “타프로그램이 신경쓰지 못하는 영화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모토다. 누구나 받아볼 수 있는 정보는 기본적인 것만 제공하고, 다른 정보 전달에 주력한다”며 “주연 인터뷰 대신 조연 인터뷰(신 스틸러)를 하고, 로맨틱코미디 대신 공포, 스릴러물(기막힌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토요일 오전 불과 20분 차이로 방송되는 KBS2 ‘영화가 좋다’와 SBS ‘접속 무비월드’는 같은 시청자를 놓고 경쟁 중이다. 편성 시간대의 한계로 영화정보 프로그램의 약점 역시 단적으로 비친다. 통상 개봉 2주 전에 소개하는 신작들이 불가피하게 상당 부분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접속 무비월드’의 김재영 프로듀서는 “같은 영화라도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시의성을 살려 시청자가 궁금해할만한 부분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배우 차승원의 친자 소송 논란이 있을 당시 ‘접속 무비월드’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다루며 차승원의 사진을 화면에 비쳤고, ‘명량’이 화제가 되자 설민석 강사를 초대해 영화 속 팩트와 허구를 가려보는 기획을 내보냈다.

‘영화가 좋다’의 경우 영화 OST를 다루는 코너가 소소한 화제이나, 지상파 3사 중엔 볼거리가 가장 빈약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세 편에 비한다면 완벽한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케이블 영화전문채널 스크린은 지난 11일 ‘위클리매거진: 영화의 발견’을 첫 방송했다. ‘비정상회담’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터키 출신 에네스 카야가 외국인 최초로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내레이터로 활약 중이다. ‘영화의 발견’의 경쟁력은 예술영화관 씨네큐브를 보유한 티캐스트 계열의 채널로서 “다양성 영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는 데에 있다. 이충효 스크린 팀장은 “영화 시장의 변화로 아트버스터라는 분야가 생겨난 것처럼 ‘영화의 발견’은 지상파 프로그램과는 달리 다양성 영화를 다루며 새로운 시장을 키워나간다는 책임감도 가지고 출발했다”고 말했다.


▶ 전략 2. “최대한 낚아라”=영화정보 프로그램을 간간히 챙겨보는 40대 직장인 조모 씨(남)는 “기존의 영화를 재편집한 극단적인 재미 추구의 구성이 시청자를 현혹한다. 방송을 보고 영화나 DVD를 봤다가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각사의 영화정보프로그램은 신작 영화 소개는 물론 구작 영화를 테마별, 장르별로 비교하며 분석하는 코너를 저마다 한 꼭지씩 가지고 있다. 2차 가공된 영화의 하이라이트 콘텐츠는 “눈에 확 들어오는 장면 위주의 편집”을 통해 “복잡한 이야기를 최대한 단순화시켜 구성”하고 “필요에 따라 영화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음악까지 삽입”(강민구 팀장)하는 수고로움을 거쳐 완성된다. 굉장한 포장인 셈이다. 그 덕에 주말 오전 지상파 영화정보프로그램이 방영하는 시간이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낯선 과거 영화 제목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 결과 시청자들에겐 종종 푸념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의 영화정보프로그램은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 이외에도 정보 프로그램 자체를 보게 만드는 성격이 크다”고 말한다. 제작진이 지향하는 바가 실제로 그렇다.

강민구 팀장은 “‘낚였다’는 반응이 많을수록 제작진의 입장에선 성공한 것”이라며 ”소개를 접한 뒤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 만큼은 채널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PD들에게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밌는 편집으로 ‘최대한 낚으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무수한 시간 동안 공들인 ‘낚시법’인 셈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스포일러 만큼은 예외다. ‘영화정보 프로그램’이 곧 ‘스포일러’로 불릴 만큼 무식하리만치 다량의 스포일러를 방출한다는 오명을 안고 있다. 물론 너그러운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의 스포일러는 감안하고 본다”지만, 김 새는 상황을 반길 영화팬은 많지 않다. 관계자들은 “통상 영화의 7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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