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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서지혜> 희생자 탓 안돼…‘안전한 일상’ 돌려받을 때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판교 환풍구 참사 역시 ‘인재로 인한 희생’이었다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가족, 친구를 잃은 슬픔의 크기는 누구나 다 똑같을텐데, 어쩐지 이번만큼은 대중의 시선이 예전같지 않다. “환풍구 위에 왜 올라갔느냐”며 오히려 희생자들을 탓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세월호와는 사뭇 다르다.

한 희생자의 장례식에 참석해 관련 기사를 쓴 기자에게 희생자 지인은 “기사는 좋았지만 (험악한)댓글이 못볼 수준인데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서 기사를 내려줄 수는 없겠느냐”고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앞 광장은 아이돌 가수가 공연을 하기에는 비좁다. 포미닛이 출연하는 축하공연은 단 30분 만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인근 기업 직원들은 “근무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사고가 그 정도에서 그쳤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이 더 많은 퇴근시간이었다면 사고 규모는 더 컸을지 모른다. 비단 환풍구 붕괴가 아니더라도 가수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앞으로 몰려들면 압사 사고도 발생할 수 있는 데다, 광장이 도로변에 위치한만큼 교통사고의 위험도 컸다.

그런데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안전요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당초 4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됐어야 하지만 안전요원으로 등재된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직원 4명은 자신이 안전요원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고 환풍구가 시공단계부터 부실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관람객의 안전불감증’만을 지적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사고는 공연 주최 측의 안전에 대한 무관심, 환풍구를 시공한 업체의 부주의함이 빚어낸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에 공공시설 관련 환풍구는 약 2780개에 달한다. 이중 일부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도 전체를 차지하고 있어 보행자는 ‘환풍구 위를 올라가든가, 차도로 걸어가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한다. 이런 문화와 환경에서 환풍구 위에 올라간 사람의 안전불감증 만을 탓할 순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때론 시민 스스로가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환풍구든, 부속건축물 마감재든, 천장이든 다시 살펴 ‘안전한 일상’을 확보했으면 좋겠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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