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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속지말자’…수도권 전세가율 70%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가을 이사철이 되면서 ‘전세가율’(집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화두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단지 전세가율 평균이 70%를 넘는 지역이 속출하고, 동탄신도시는 평균 80%를 넘었다고 한다. 전셋값은 뛰는데 매매가격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으니 전세가율이 급상승하는 것이다.

전세가율 상승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돈을 조금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으니 매매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적 경험도 있다. 수도권에서 전세가율 60% 이상 시기는 최근(2013년8월~현재) 1년여 기간을 제외하고 IMF 구제금융 직후인 2000년2월부터 2002년9월까지 31개월이 유일하다. 당시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면 60% 이상 전세가율을 기록한 초기 1년간(2000년2월~2001년2월) 2.8%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1년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2년간 무려 51.38%나 폭등했다. 그 이후 수도권은 전세가율이 60% 이상이면 집값이 오른다는 속설이 사실로 인정받았다.

최근 전세가율 상승이 매매가격을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는 건 이 때문이다. 전세가율 60% 이상을 기록한지 1년이 지난 지금부터 매매가격이 본격적으로 뛸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전세가율과 매매가격 상관관계를 따지면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다. 지방 상황은 꼭 그렇지도 않다는 점이다. 전세가율이 오래전부터 70%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집값이 제자리걸음인 지역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광주 남구다. 지난달 기준 81.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2001년2월 이후 변함없이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10년 이상 전세가율이 이렇게 높았는데 집값은 많이 올랐을까. 그렇지 않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1년2월부터 지난달까지 13년7개월 동안 87.92% 오르는데 그쳤다. 전국 평균(122.37%)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전세가율이 수년간 70% 이상을 유지해온 부산, 대구, 대전, 울산 등 대부분 광역시에서 나타난다. 전세가율이 높다고 반드시 집값 상승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방에선 왜 높은 전세가율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할까. 집값 상승 기대감이 약하기 때문이다. 경기 여건, 주택 수급 등 전반적인 상황을 봤을때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대출을 더 받아 취득세, 보유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을 내면서까지 집을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세에 더 장점이 많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면 아무리 전세가율이 높아져도 매매시장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점은 향후 수도권 매매시장을 전망할때도 시사점을 준다. 전세가율이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집값이 오르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전세가율이 오른다고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반드시 커지는 것도 아니다. 전세가율이 수년간 70% 이상 유지돼 온 다른 지역에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수도권보다 더 많이 떼였다는 증거는 없다. 집주인의 사정에 따라 전세가율이 올라간게 아니라 해당 지역 시장 상황에 따라 전셋값이 책정된 것 뿐이다.

물론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집주인 소유의 주택에 전세로 들어가면 위험하다. 전세에 들어갈때 등기부 등본 등을 떼어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하는 것은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한 세입자의 최소한 지침인 건 당연하다.

앞으로 수도권 전세가율은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당분간 매달 사상 최고 전세가율 경신 행진이 이어질 것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아 전세 수요가 계속 늘기 때문이다. 반면 집주인 입장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매달 일정한 수익이 생기는 월세를 선호해 더이상 전세를 놓을 필요가 없다. 전세공급이 줄면 전셋값은 더욱 뛸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더이상 전세가율 상승만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전세가율은 더이상 집값 상승의 바로미터도,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도 아니다. 전세가율 고공행진이라는 분위기만으로 혹시 그릇된 결정을 하지 말기 바란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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