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최고위급 대표단의 한국 방문 이후 사그라지는 듯했던 북한의 대남 비방·위협이 다시 재개되는 양상이다.

북한은 10일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레 르엉 밍 아세안(ASEAN)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 발언을 빌미로 “박근혜는 우리의 ‘핵문제’를 또다시 걸고들며 ‘도발과 유화의 이중적 행태’니, ‘핵개발 포기’니 하고 못된 소리를 했다”고 비난했다.

담화는 “이것은 우리에 대한 용납 못할 정치적 도발이며 모처럼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무례무도한 행위”라면서 “북과 남이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하는 마당에 ‘이중적 행태’니 뭐니 하고 상대방을 걸고드는 것은 판을 깨기 위한 고의적인 도발행위로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을 계기로 성사된 남북 최고위급접촉에서 2차 고위급접촉에 합의한 것을 언급한 뒤, “박근혜는 쌍방이 마주앉기도 전부터 우리를 걸고드는 고약스런 소리를 골라가며 하고 있다”면서 “박근혜는 악화된 북남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마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9일에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남조선당국은 상대방을 중상모독하는 삐라살포놀음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제목의 서기국 보도를 통해 우리 민간단체의 10일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강하게 반발했다.

서기국 보도는 “우리에 대한 심리전으로 감행되는 삐라살포놀음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도발로서 결코 수수방관할 수 없다”면서 “만일 남조선당국이 이번 삐라살포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관계는 또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에 앞서 국방위원회 명의로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낸 전통문에서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발생했던 남북 함정간 사격전에 대해 항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황 총정치국장 일행의 한국 방문 이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북한이 전보다 강도는 낮아졌지만 다시 대남공세 재개에 나선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 자신들의 기대에 못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황 총정치국장 등의 한국 방문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강조했으며, 8일 레 르엉 밍 아세안 사무총장 접견에서는 북한의 도발과 유화 등 이중적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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