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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업계 ‘마이더스 손’ 사회적 기업으로 간 이유는…
- 아름다운 가게 신동배 신임 상임이사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국제상사와 한주통상 뉴욕법인 대표, 한국팬트랜드 대표이사, LS네트웍스 아웃도어 사업부문 총괄, 리바이스코리아 대표이사…. 사회적기업이자 비영리재단인 아름다운가게에 지난 9월 1일부터 합류한 신동배(57) 신임 상임이사의 프로필이다.

30년 넘게 국내 스포츠ㆍ아웃도어업계에서 성공신화를 일구며 패션업계 ‘마이더스 손’으로 불렸던 그는 지난 6월부터 아름다운가게가 실시한 신임 상임이사 공개 채용에서 추천위원회(임원진, 사무처 간사, 자원활동가, 후원이사회등 총 8인으로 구성) 만장일치로 선임됐다.

신동배 상임이사의 경력은 화려하다. 1994년 만 36세의 나이에 상장기업 최연소 임원(한주통상 수출본부장)에 오르며 그해 말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다. 39세에는 첫 CEO 타이틀을 달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화려한 경력은 2009년 LS네트웍스 프로스펙스 본부장 시절 ‘W 워킹화’를 만들었을때다. 


“잘나가던 프로스펙스가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 치이면서 낡고 올드한 이미지로 추락하고 있었죠. 농구화, 축구화, 런닝화, 배구화 등 온갖 종류의 신발을 다 만들던 프로스펙스에서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필요했습니다. 결국 다 버리고 워킹화 하나에 승부를 걸었죠.”

W 워킹화는 ‘김연아 운동화’로 불리며 말그대로 ‘대박’이 났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보다 ‘죽어가는’ 브랜드를 살리는 것이 더 어려운 패션업계에서 그의 성공은 이례적이었다. 대학 MBA 과정에서도 소개될 정도였다. 이후 리바이스코리아에서 대표직을 제안받고 2011년부터 글로벌기업 CEO 타이틀을 추가했다.

강남 금싸라기 땅 한 복판 최고층 건물인 아셈타워에서 개인 사무실에 개인 비서를 두고 기사 딸린 고급 세단을 타던 수억원대 연봉의 글로벌기업 대표는 왜 사회적 기업으로 ‘진로’를 틀었을까.

“아직 50대 후반이니 CEO를 더 할 수도 있었겠죠. 실제로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데 은퇴 이후 인생 3막을 조금 더 보람있는 일들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강했습니다.”

그가 아름다운가게를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의류나 신발을 판매하고 수백개의 매장을 관리하는 일이 그가 해왔던 일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차이점은 기증받은 물건을 판매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을 그대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 그에게는 패션업계에서 30년간 쌓아온 스펙을 토대로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실제로 아름다운가게가 운영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의 생산 공장이 있는 장한평 본부에는 기증받은 리바이스 청바지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만들어 팔던 CEO가 이제는 리바이스 청바지를 재활용해서 판매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기업에 온 이후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은 월요일 아침 풍경이었어요.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일반 기업에서는 다들 일주일을 어떻게 때우나 하는 표정이었죠. 그런데 이곳 직원들은 월요일부터 표정이 밝아요. 보람있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죠.”

취임 한달을 맞은 신 상임이사는 비영리기업에서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공정무역, 업사이클링 브랜드 이외에 또 다른 수익모델을 구상중입니다.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사회에 환원해야하니까요.”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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