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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 건축물서 묻어나는 역사… ‘시대의 담론’을 묻다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모더니즘 건축 전시전 2곳서 동시 개최
과천관에서 ‘건축가 김종성’전
힐튼호텔 도면 등 미공개 자료 공개

서울관선 ‘한국근대건축 충돌과 확장’전
경성역·화신백화점 설계모형 시각화
세운상가 불도저식 정비사업등
철학없는 도심개발 함께 고민도


경성역, 화신백화점, 조선총독부, 구 서울시청….

이제는 사라졌거나 그 형태와 용도가 변형된 한국의 근대 건축물들이다. 구한말 개화기, 일제의 식민지배, 그리고 전쟁까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의 모더니즘 건축은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정치, 경제의 논리에 의해 생성과 소멸을 거듭했다.

지금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근대 건축물들이 21세기 현대 건축에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혹은 현재까지 살아남은 근대 건축물들은 어떠한 역사적 가치와 사회적 함의를 지니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토대로 한국 건축의 모더니즘을 반추하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이 모더니즘 건축을 주제로 한 전시를 과천관과 서울관 두 곳에서 동시에 개최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로써 한국 근대건축의 역동적이면서도 내밀한 순간들을 포착한 전시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근대건축물 위주로, 연대기적 설명이 아닌 단편적인 시간과 사건을 큰 얼개로 하고 있다. 

국립현대박물관은 과천관과 서울관 2곳에서 동시에 한국모더니즘 건축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전 전시 전경모습 [사진=윤준환], 서울시청[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제공]

건축학도들에게는 현대 건축의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일반인들에게는 낯익은 풍경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건축 담론 부재의 시대…‘건축가 김종성’전=“한국 건축, 담론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모더니즘 1세대 건축가 김종성은 21세기 한국 건축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더 이상의 담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건축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잠재력이 풍부한 젊은 건축가들이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어떤 건축물이 좋은 건축물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음을 함축하는 말이다.

국립현대 과천관은 ‘현대미술작가 시리즈’ 건축 분야의 첫 전시로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건축가 김종성’전을 마련했다. 한국 근대건축의 발전에 선구적 역할을 한 건축가 김종성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고 한국 근ㆍ현대 건축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김종성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에서 20세기 근대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ㆍ이하 미스)로부터 사사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1961년부터 미스가 서거한 1969년까지 제자 겸 동료로서 함께했고, 그의 서거후에도 3년 정도를 더 미스 사무실에 머물렀다. 토론토-도미니언 센터, 휴스턴 뮤지엄 오브 파인아츠 등이 미스 사무실 시절 그가 참여했던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스의 모더니즘 건축을 체험하고 습득한 김종성이 한국 초기 모더니즘 건축의 수용과정에서 기여한 바를 살펴볼 수 있다.

1층에서 2층까지 툭 터진 건물 중심 공간에 천창으로부터 유입된 자연광이 쏟아지는 육사도서관, 로비와 아트리움, 라운지가 하나의 시퀀스로 이어지는 공간 구성으로 호텔 건축의 전기를 마련한 힐튼 호텔 등 그의 손을 거친 건축물들을 미공개 건축 도면, 지도, 스케치 등 다양한 전문 자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왼쪽부터 세운상가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제공], 명동예술극장 [대한민국정부기록사진집 제공]

▶근대건축 충돌과 확장…그리고 한국 건축의 미래=서울관 제8전시실에는 한국 근대건축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지니는 가치에 대해 톺아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도코모모코리아와 공동 기획한 ‘장소의 재탄생: 한국 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 전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2014 도코모모 세계대회(9월 19~29일ㆍ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일대)를 계기로 기획됐다.

전시공간에서는 ‘문화역284(구 서울역사)’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경성역,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매입해 사립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공간사옥, 1931년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화신백화점 등을 건축 도면과 설계 모형 등으로 시각화 해 보여주고 있다. 개화기 모더니즘 건축의 주체성과 자율성에 대한 고민과 저항의 흔적이 담겨 있다.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물인 세운상가에 대한 자료도 마련됐다. 여전히 존립과 철거의 뜨거운 찬반론에 휩싸여 있는 세운상가라는 건축학적 사료를 통해 ‘불량지구 개발’의 미명하에 불도저식으로 자행되는 도시정비 사업의 문제점과 해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일제 침략과 전쟁으로 척박했던 한국에 건축적 토양을 일군 근대 건축가 김수근, 김중업부터 황순우, 임종엽, 민현준 등 한국 건축의 유전자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현대 건축가들까지, 아카이브 형태로 구성된 전시 공간에서 그들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한편 과천관 전시는 내년 4월 26일까지, 서울관은 12월 14일까지 각각 계속된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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