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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안소니 보운 영국 트리니티라반대학 총장….“서울이 창조도시가 되려면 문화의 힘을 믿어야”
[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밀집도가 높은 서울은 ‘응집의 경제(agglomeration economy)’를 실현할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창조산업은 문화의 힘을 키우고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때 성장합니다. 영국 런던은 이를 결합해 창조산업을 금융에 이은 제2의 산업으로 키웠고, 외국인 방문객과 유학생이 가장 많은 도시가 됐죠. 서울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주한영국문화원이 진행하는 지식강연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영국 트리니티라반대학의 안소니 보운(58) 총장은 1일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크리에이티브 런던(Creative London)’을 주제로 강연하기에 앞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보운 총장은 런던이 규모로는 세계 27위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이 뉴욕과 파리를 합한 것보다 많았고, 유학생이 세계 최대를 기록한 것은 문화의 힘이라고 운을 떼었다. 그는 창조산업을 광고와 공연 및 시각예술, 게임산업 등 새로운 영역의 산업으로 규정하고,이 산업이 런던 제2의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의 경우 뉴욕을 비롯한 다른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런던의 문화는 런던에서만 체험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파급력을 갖는다는 얘기다.

“런던 시장이 문화의 힘을 잘 이해하고, ‘런던문화전략그룹’을 운영하고 있어요. 문화와 관련한 각 분야의 대표 15명으로 구성돼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런던의 문화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합니다. 문화와 교육을 전담하는 부시장도 두고 있어요.”

그는 런던이나 서울은 좁은 면적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 이것를 경제적 효율로 연결하는 ‘응집의 경제학’을 극대화하기 좋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높은 인구밀도가 ▷정보의 홍수 ▷노동시장 유연화 ▷지원산업 진흥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는 IT기업이 밀집한 런던 ‘실리콘 라운드어바웃’ 지역에서 1만6000건의 창업이 이루어지고, 런던의 노동생산성이 다른 도시보다 35% 높은 것을 그 예로 제시했다. 서울은 세계 4위, 수도권을 합하면 2위의 메트로폴리탄으로 이런 모델을 적용하는 데 적합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창조산업을 육성, 서울을 창조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보운 총장은 교육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은 시간이 걸리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그래도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지식을 분석적으로 주입하는 20세기 교육에서 탈피해 지식을 종합하고 변화의 패턴을 인식할 수 있는 창조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가 되면 절반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선태하게 될 겁니다. 현재의 직업을 목표로 한 교육으론 한계가 있지요. 런던은 10년 전부터 다양한 문화ㆍ예술 자원을 활용한 교육으로 창조도시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창조경제에 속도를 내려 하지만, 느려보이더라도 기본을 다지는 게 가장 빠른 길임을 보운 총장은 말하고 있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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