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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떨어질때 갚자” 엔화 대출 상환 줄이어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서울에서 4곳의 요식업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52)씨는 최근 6년 전 받은 엔화 대출금 잔액 1500만엔을 모두 갚기로 결심했다. ‘엔저(円低)’가 심화하면서 100엔당 950~960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4월 당시 950원에 연 2%의 금리로 2000만엔을 대출받았다. 박씨는 “대출받은 이후 엔화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자에 원금상환까지 너무 힘들었다“면서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모두 털어버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엔화 대출자들의 상환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박씨처럼 자영업자는 물론 기업가들의 엔화 대출금 상환도 잇따르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ㆍ국민ㆍ우리ㆍ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8월말 현재 엔화 대출 잔액은 올 들어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3월 2295억엔에 달했던 기업은행의 엔화 대출 잔액은 같은 해 9월 1828억엔으로 떨어지더니 지난달 1427억엔까지 곤두박질쳤다. 국민은행도 올해 1월 661억엔에서 지난달 567억엔으로 떨어졌다.

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최근 엔화 대출 잔액 감소세가 뚜렷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617억엔을 기록한 이후 7월 602억엔, 8월 567억엔으로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1월 773억엔까지 달했던 엔화 대출 잔액이 꾸준히 감소해 지난 8월 632억엔까지 내려갔다. 2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은행들은 현재 환율 수준이 나쁘지 않다며 기존 엔화 대출을 상환하거나 과거에 비해 낮아진 금리의 원화 대출로 차환을 유도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00엔당 10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엔화 대출 상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고객들의 환리스크 감소를 위해 원화 대출로 전환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앞으로 엔화 대출이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차주에 따라 다르지만 대출 시 환율이 100엔당 평균 1100원 수준이었다. 때문에 환차익이 생긴 대출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원화 강세와 함께 엔화 대출 금리가 하락해 하반기에는 이자부담 감소와 함께 환차익을 보는 엔화 대출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0년 4월 이후 기업들이 엔화 대출을 받을 때 실수요를 증빙하도록 하는 등 금융당국이 외화 대출 용도를 제한한 것도 엔화 대출 감소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엔화대출 상환이 잇따르면서 지난 6월 현재 외화대출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6%, 1.51%를 각각 기록했다. 2013년말 대비 각각 0.15%포인트, 0.33%포인트 떨어졌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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