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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아시아경기] 한국구기, 체면 구기는 日 없다
女핸드볼대표팀 10월1일 일본과 결승전
4년전 4강 불의의 일격…복수혈전 다짐
2004년 우생순 막내였던 우선희 배수진
김온아·유은희·권하나 등 화력 선봉장

男대표팀, 10월2일 카타르와 우승 다툼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우생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오는 10월1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숙적’ 일본과 이 종목 2014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우생순 전사들이 꿈에도 그리던 상황이다.

이유가 있다. 4년 전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은 한국에 쉬이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겼다. 한수 아래로 여겨진 일본은 4강에서 한국을 28-29 1골차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1985년 서울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2006년 도하 대회까지 5연패를 달성했던 한국은 이 때 패배로 연속우승의 신화가 중단됐다.

세대교체 후유증과 잇단 여자 실업팀 해체 등 악재가 겹쳤던 시기라 해도 아시아에서 절대지존으로 군림하던 한국 여자핸드볼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선수들은 분함과 죄송함으로 땅을 치고 울었다.

바로 그 자리에 있었던 우선희(36ㆍ삼척시청)는 누구보다 설욕을 원했던 선수다. 2004 아테네올림픽 ‘우생순 신화’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그는 이제 팀의 맏언니이자 주장으로 동생들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 준결승 카자흐스탄전에서 팀내 최다인 10골을 쏟아넣으며 팀의 41-30 승리를 견인했다.

우선희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세상에 나오게 한 현실의 주역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당시 대표팀은 결승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2차 연장과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 끝에 패했다. 아쉽게 우승이 좌절됐지만 우선희는 이 대회에서 팀내 두번째로 많은 37득점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상대 덴마크 감독이 “우선희의 슛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우선희는 이때 ‘세계 베스트 7’에 선정되며 ‘속공의 명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대회는 우선희의 마지막 국제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은퇴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우선희는 “2010년 당시 아픔을 지금까지 가슴에 담아왔다. 억울하고 서글프기도 했다”면서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 이기고, 금메달까지 따 내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고 비장한 각오로 설욕을 다짐했다.

준결승에서 중국을 28-25로 꺾고 올라온 일본 여자 핸드볼은 결승 진출 자격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팀이다. 광저우 대회에서 한국에 승리한 뒤 은메달을 딴 것을 계기 삼아 자신감을 얻고 빠르게 성장했다. 2011년,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도 4년을 허투루 보내진 않았다. 4위에 올랐던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때보다 전력이 강하다. 에이스 김온아(인천시청)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유은희(인천시청) 권한나(서울시청)에 의존했던 기존 공격력이 크게 강화됐다. 여기에 이은비(부산시설관리공단) 심해인 정지해 유현지에 베테랑 우선희(이상 삼척시청)까지 더해지면서 완벽한 전력을 갖췄다. 체격의 우위를 앞세워 아시아 무대의 다크호스 노릇을 했던 카자흐스탄을 11골차로 대파하며 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했다.

대표팀의 유일한 약점은 선수층이 두터운 가운데서도 장신 피봇의 층이 얇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도 한국 특유의 조직적 수비와 속공 능력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생순 세대는 퇴장하고 있지만, 그들이 낳은 우생순 신화는 착실히 계승되고 있다.

임영철 감독은 “지금까지 숨길 수 있는 것은 가능한 숨기려고 했다. 모든 경기를 일본과의 경기에 초점을 맞췄다”며 일본을 상대로 맞춤형 전략전술을 준비해 왔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현 대표팀 엔트리 16명 중 절반인 8명이 1990년 이후 출생선수다. 무릎 부상을 딛고 대표팀 에이스로 돌아온 김온아는 동생 김선화와 함께 뛴다. ‘아시아 레벨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듣는 유은희가 라이트에서 버티고 있다.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이은비도 레프트 윙에서 힘을 보탠다.

한편 지난 29일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바레인을 27대 23으로 제압한 남자 핸드볼 대표팀은 이란을 꺾고 올라온 카타르와 10월 2일 금메달을 놓고 겨루게 됐다. 세계랭킹 19위인 한국은 46위 바레인에게 지난 1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패한 아픔을 8개월 만에 되갚았다. 결승상대인 카타르(36위)는 최근 귀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강호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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