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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국내 금융지주의 지각변동, 무슨 일이 생겼길래?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국내 금융권을 주름잡은 대형 은행지주사들에게 올해는 참 힘든 한 해였습니다. 3~4년에 한번 터질까 말까한 대형 사건이 끊이지 않은 탓에 아직 해가 지나려면 석 달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공력을 모두 소진해버린 느낌입니다. 덕분에 굳건하게 유지할 것 같았던 ‘4대 금융지주’ 체제에 금이 가는 등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올 상반기 은행지주사들이 경험한 가장 큰 변혁은 바로 ‘4대 금융체제’의 혁신적인 변화입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정부의 방침에 따라 민영화되면서 해체했기 때문인데요. 우리지주가 비운 자리를 농협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KB금융이 4대 금융지주 중 마지막으로 지주체제를 도입한 지난 2008년 이후 6년만의 변화입니다. 농협은 정부로부터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를 인수하는 노력을 통해 자산규모 3위에 빛나는 거대 은행지주로 자리메김하게 됐습니다.

여기에서 또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KB금융의 침몰입니다. KB금융은 총 자산이 299조1000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에 겨우 턱걸이로 들어왔습니다.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산 순위 1위로서 ‘리딩 뱅크(Leading Bank)’라 자부하던 KB금융이 이제는 농협(310억9000억원)보다도 등치가 작은 은행지주계의 ‘막내’가 된 셈입니다. 그간 KB금융과 선의의 경쟁을 했던 신한지주는 최근이렇다할 인수합병(M&A) 없이도 323조원으로 자산을 불렸으며, 하나지주도 314조9000억원의 자산으로 KB금융을 따돌렸습니다.

물론 KB금융은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정부의 승인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KB금융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 408조3000억원으로 늘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1위가 됩니다. 하지만 KB금융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농협을 제외하곤 신한이나 하나는 M&A이 없이도 적극적인 영업으로 매출채권을 늘려 자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KB금융이 잇다른 금융사고와 조직내 갈등으로 한숨 쉬어가는 동안 말입니다.

지금껏 믿고 있던 LIG손보 인수도 이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KB금융이 여러 사고로 인해 경영실태평가가 대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지주회장이 공석인 상태라 경영정상화도 아직 요원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인수 승인을 해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불안해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KB금융 외에 대안이 되는 매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인수 승인을 칼로 자르듯 당장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승인을 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해 보입니다.

KB금융은 현재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KB금융은 공석인 지주회장을 선출하려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선작업에 돌입했으며, 은행장이 공석인 국민은행은 최고경영자(CEO)의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이사회를 매주 열고 있습니다. 하지만 KB금융이 정상화되려면, 다시 리딩뱅크로서 위상을 되찾으려면 CEO가 사라진 빈자리를 메운 사외이사들이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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