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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이래도 싸움만 할 것인가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금융회사들은 남의 돈으로 장사한다. 그래서 엄격한 자격이 요구된다. 직원들이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돈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최근 금융권 상황을 한번 보자. 바람잘 날 없다.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은행권의 횡령ㆍ대출사고에다 내분까지, 금융권은 총체적 난국이다.

내가 맡긴 돈이 위기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손실을 메우는 곳에 쓰이는가 하면 내가 제공한 정보가 대출업자들의 손에 헐값에 넘어갔는데도 금융회사들은 ‘집안싸움’에, 당국과 ‘힘겨루기’에 몰두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동반 퇴진으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KB 내분 사태는 고객을 아랑곳하지 않는 금융인들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런 상황은 23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배어났다. 부정적 답변 일색이었다. ‘감독기관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나’는 물음에 ‘전혀 그렇지 않다’와 ‘별로 그렇지 않다’가 63.2%였다. 감독기관의 효율성은 금융신뢰지수를 구성하는 9개 항목 중 꼴찌였다. 소비자보호 노력은 7위였고, 정부의 금융정책은 5위였다.

조변석개(朝變夕改) 제재, 일관성없는 검사, 늘어나는 소비자 피해. 이는 금융회사들을 감독하고 금융소외자가 없도록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회사는 금융당국이 ‘못된 시어머니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당국을 윗물이라고 치면 아랫물인 금융기관은 과연 맑을까. 금융회사들의 경영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지수로 환산한 결과, 9개 신뢰지수 구성항목 중 6위로 조사됐다.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선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우리는 금융강국을 외쳤다. 미래성장동력이라고 했다. 금융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후진기어를 넣고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래도 싸움만 할 것인가!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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