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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박영서> 덩샤오핑의‘적자’임을 과시하는 시진핑 주석
덩샤오핑(鄧小平) 탄생 110주년을 맞아 국영 중국중앙TV(CCTV)가 ‘역사 전환기의 덩샤오핑(歷史轉折中的鄧小平)’이란 제목의 48부작 TV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문화대혁명 말기인 1976년부터 개혁·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984년까지 8년간에 걸친 덩샤오핑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문화대혁명을 주도했던 ‘사인방(四人幇)’을 분쇄하고 개혁·개방에 나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성공적으로 이끈 덩샤오핑의 인물됨을 그리고 있다. 또한 공산당 내부의 정책결정 과정 등도 담겨져있다.

매일 약 6000만명이 시청하고 있다는 이 드라마는 덩샤오핑을 완벽한 지도자로 표현되기보다 인간적 면모를 지닌 인물로 그려 중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그렇지만 드라마에는 사실이 왜곡되거나 무시된 장면도 눈에 뛴다. 우선 보수파의 대부 천윈(陳雲)의 역할이다. 그는 덩샤오핑이 주창한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론’에 맞서 새(경제)는 새장(사회주의 계획)에 가둬야한다는 ‘새장 경제론’을 주장하면서 경제특구 설치를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그런 천윈이 드라마에선 덩샤오핑의 좋은 이해자로 등장하고 있다. 아마도 당시의 당내 갈등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싶지않다는 의도가 있는 듯 하다.

또 당시 시중쉰(習仲勛) 광둥(廣東)성 서기가 개혁·개방 정책을 좌우하는 중요 인물로 다뤄지고 있다. 물론 시중쉰이 광둥성 선전에 경제특구를 만들자고 건의했고 이를 덩샤오핑이 받아들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시중쉰이 개혁·개방의 상징적 인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드라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을 특별히 배려했다. 여기에는 현 정권의 의도가 개입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드라마에선 개혁·개방의 최대 공로자인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가 완전히 무시됐다. 자오쯔양은 전임 총서기였던 후야오방(胡耀邦)과 함께 개혁·개방 정책의 충실한 집행자이자 추종자였다.

“경제발전은 반드시 정치개혁과 함께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그는 정치개혁을 꿈꾸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했던 덩샤오핑 노선에 밀려 정치적으로 희생됐다. 드라마에선 자오쯔양이 등장하는 장면은 없다. 그가 회의에 참석하는 장면조차도 없다. 드라마에서 그의 업적은 모두 다른 사람의 공으로 돌려졌다.

중국이 지금 덩샤오핑 열기로 가득하다. 덩샤오핑을 추모하고 조명하고 찬양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시진핑 주석은 스스로를 덩샤오핑의 ‘적자’임을 과시하고 있다. 나아가 현재의 공산당 지배가 마오쩌둥에서 시작돼 덩샤오핑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확인시킴으로써 일당체제의 정당성을 찾고있다.

시 주석의 최대 과제는 덩샤오핑처럼 정치와 사회 개혁에는 거리를 두면서 일당지배를 유지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당천하(黨天下)’는 황제 일가가 지배했던 ‘가천하(家天下)’ 때보다 권력집중이 더 심한 체제가 됐다. 시 주석의 개혁드라이브가 기득권에는 손을 대지못한 채 한계를 보일 것이란 확신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서 나온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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