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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강남스타일’과 인천아시안게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년 전 히트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판을 친다. 인천아시안게임의 개막식을 화려하게 장식한 ‘강남스타일’은 각 경기장에서 관중들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어김없이 울려퍼진다. 농구, 배구 같은 실내 경기장은 물론 축구, 육상 등 실외경기장에서도 싸이의 흥겨운 리듬이 넘실댄다. 관중들이나 선수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춤 흉내를 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싸이의 음악은 경기장 분위기를 흥분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해 보였다. 특히 조명빛이 강렬한 실내 경기장의 경우 언뜻보면 경기장인지, 콘서트장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강남스타일’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상종가를 친 것은 한류콘서트가 된 개막식 컨셉트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싸이를 비롯해 한류스타가 대거 출연한 개막식 문화행사 이후에도 한류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싸이를 경기장 음악의 상징물로 내세운 것이다. 비록 유행이 다소 지났지만 세계적으로 성공한 ‘강남스타일’의 경쟁력은 아직도 충분하다고 여기고 간판음악으로 삼게 됐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점잖은(?) 대회 주제가들이 장내 음악을 장식했던 것과는 아주 달라진 모습이다.

경기장의 ‘강남스타일’은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게’를 모토로 한 스포츠 정신을 뒤집는 쇼비즈니스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자본을 앞세운 현대스포츠는 스포츠를 쇼와 결합시켜 경쟁력 높은 문화상품으로 바꿔놓았다. 프로스포츠는 물론 국제스포츠제전인 올림픽, 아시안게임에도 어느덧 깊숙이 쇼비즈니스가 자리를 잡았다. 올림픽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남자육상 결승 100m 스타트 시간은 국제육상연맹 심판위원장이 아닌, TV 중계권을 가진 미국 TV 중계사 PD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포츠는 쇼비즈니스가 됐다.

경제수도 인천의 글로벌화 및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를 올리기 위해 인천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이 쇼비즈니스화한 스포츠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엄청난 재정부담을 감당해야하는 인천은 최소한의 돈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방법으로 한류콘서트의 발상을 하게 됐으며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딱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을 경기장에서 너무 자주 틀어대는 것은 ‘과유불급’이 아닐까 싶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아무리 익숙한 음악도 자주 들으면 귀에 거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장에서 피말리는 승패를 겨루며 고도의 승부를 펼쳐야 하는 선수들과 최고의 경기를 기대하는 관중들에게 계속적으로 틀어대는 ‘강남스타일’이 마냥 세계적인 유행가로만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스포츠를 스포츠 그 자체로 여기지 않고 정치적, 문화적인 의미로 변질돼 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부정적인 입장을 둔 스포츠 이상주의를 선호하는 스포츠 전문가와 팬들은 ‘강남스타일’과 같은 유행가들이 스포츠의 숭고한 영역을 흔들고 있는 것에 대해 곱지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 일부 외신들이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한류 잔치’로 혹평한 점도 한번 고려해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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