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려대 총학 ‘대학평가’ 거부 논란
총학 “서열화로 다양성 사라져”…일부학생들 “진정성에 의구심”


고려대 총학생회가 ‘대학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지 말라’는 명분에 동의하고 이를 지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상징적 선언에 불과하기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22일 “대학의 질을 정량화하고 대학을 서열화하는 대학순위평가는 대학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다. 대학의 다양성을 가지 쳐내며 대학을 기업화하고 있다”며 “대학의 본질을 헤치는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우리는 대학순위평가 반대운동을 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서울대와 연세대 총학생회와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한 로스쿨 재학생 A 씨는 “기사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대학평가에서 고대가 성균관대에게 밀렸구나’였다”며 “여태까지 계량화된 수치없이 우리 마음속 서열로 가장 득을 봐 왔던 건 소위 고대를 포함한 SKY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관념적인 서열과 카르텔이 이미 내재하고 있는데 단지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이러한 서열을 깨고자 하는 노력인건지 모르겠다”며 이들의 행보를 순수하게만 받아들일 순 없다는 반응이다.

고대생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고려대 4학년 B 씨는 “요즘 가뜩이나 취업때문에 예민한데 기업들에게 밉보이는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는 친구들도 있다”며 “대학평가에 반대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다른 대학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결국 보여주기식으로 끝날것”이라고 했다.

사회학과 4학년 C 씨는 “총학생회가 공약을 많이 지키지 못하는 등 그들에 대한 여론이 썩 좋지만은 않다”며 “저학년 후배들은 대의명분만 보고 따르는 것 같지만 사실 취업을 앞둔 우리 고학년들은 별 관심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고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문제의식을 느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 행동을 시작하진 못했지만 상징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적과 수치들을 기반으로 한 대학평가가 옳은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경우 예컨대 논문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정량적 대학평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하지만 “총학생회가 신문사의 대학평가를 진정으로 거부하고 싶다면, 이를 요구하며 학교 수업을 거부하는 등 학교 당국에 압력을 넣든지 뭔가 가시적 행동으로 보여야한다”며 “말로만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대학생들이 정치를 하는 것이고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