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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 “강호동, 자신만의 스토리·콘텐츠로 올드 이미지 깨라”
연이은 프로그램 조기종영…또 고개 드는 위기론
예능프로 생태변화 부적응이
강호동 위기의 실체적 원인

과거 스타일에 매몰되지 말고
솔직 소통으로 현재성 확보를



강호동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근거는 스타와 팬이 소통하는 토크쇼 ‘별바라기’가 시청률 부진으로 3개월만에 폐지되면서다. 강호동은 복귀후 맡은 ‘무릎팍도사’와 ‘달빛프린스’ ‘맨발의 친구’까지 합쳐 4개의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했다.

이를 두고 강호동을 위기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 강호동 위기론은 강호동뿐만 아니라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강호동 위기론의 실체는 2가지 측면에서 충분히 살펴볼만한 주제다.

우선 강호동 내부에서 생기는 ‘위기’부터 보자. 대중이은 강호동의 진행에 대해 보인 반응은 “시끄럽다” “과장됐다” 등이다. “소리만 꽥꽥 지른다”거나 ‘돼지 목 따는 소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말은 강호동이 초기 ‘1박2일’로 잘 나가던 전성기때도 똑같이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끄럽다” “올드한 진행이다”라기보다는 “에너지를 업시켜준다” “분위기를 띄운다” 는 등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세했다. 

강호동의 위기론은 진행방식에서라기보다는 예능프로그램 자체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사진은 강호동이 메인 MC를 맡아 3개월만에 조기종영된 MBC 예능‘ 별바라기’

똑같은 현상을 두고 긍정과 부정으로 시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졌던 것이다.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는 예능 프로그램 생태 변화와 관련돼 있다. 그러니까 강호동 위기는 강호동 자체에도 있지만, 변화하는 예능 프로그램속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강호동이 진행했다 폐지된 예능 프로그램에 강호동이 아닌 다른 방송인을 투입해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강호동뿐만 아니라 유재석과 신동엽, 이경규도 위기인 시대에 살고 있다. 다만 위기의 MC들이 자신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어떤 식으로 소통시키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과거의 MC’가 아닌 ‘현재의 MC’가 되어야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오래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유재석은 차분한 진행뿐만 아니라 ‘착한 진행’이 강점이다. 착한 진행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착하고 성실하며 선하다. 모든 영역에 종사하는 직업인중 성실성을 잣대로 줄을 세운다면 유재석은 1~2등은 할 것이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자는 역사속 인물이라도 현재성을 획득한다. 그러니 유재석은 현재의 패션과 유행어, 젊은이들끼리만 통하는 감성을 일부러 열심히 찾아다니지 않아도 아이들뿐만 아니라 장년까지 그를 좋아한다. 이 점이 유재석을 현재의 MC 느낌이 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신동엽은 많은 프로그램 MC를 맡으면서도 자신의 틀에 매몰되지 않는다. 만약 신동엽이 자신의 틀과 스타일을 계속 사용했다면 벌써 소진돼 과거의 MC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신동엽은 토크쇼에서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물’이 흘러가는 지점에서 토크를 이어나간다. 미세하게 관찰해보면 ‘대강‘은 비슷하면서도 ‘각론’은 매번 바뀐다. 이 점이 신동엽이 현재의 MC가 되게 하는 요인이다.

강호동은 변화하는 예능에 적응을 못했다기 보다는 1년간의 공백이 그를 과거의 MC 느낌이 나게 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해버렸다. 강호동은 컴백후 1년 11개월이 되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1년간의 공백기도 강호동의 실제 역사다. 세금 논란으로 인한 하차와 쉬었던 기간 동안 있었던 일을 언급하면서 때로는 ‘셀프디스’를 해도 좋다. 과거의 일을 모두 거론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궁금해하는 것, 대중이 지적하는 것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 소통의 중요한 원칙이다.

그렇게 해서 강호동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MC라는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들도록 했어야 했다. 나이가 많아서 과거의 연예인이 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콘텐츠로 소통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의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이경규가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것도 결국 과거 MC가 아닌 현재 MC로 계속 남아 있게 하려는 노력이다. 요즘 대중은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에게서 기능적인 진행 능력만을 보는 게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MBC 예능 ‘헬로 이방인’에 진행까지 해야하는 하숙집 주인에 김광규를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강호동의 넘치는 에너지는 실내보다 ‘1박2일’과 같은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더 적합하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시청률이 많이 높지는 않지만 강호동의 역량이 잘 발휘되는 안정적인 예능이다. 강호동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예능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더 있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과는 또 다른 강호동만이 할 수 있는 거친 야외 버라이어티 버전도 있을 수 있겠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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