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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부의 ‘이현령비현령’ 스포츠 인식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방부의 북한과 관련된 스포츠 인식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국방부는 최근 본연의 임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스포츠와 연관된 기사거리를 잇따라 두 차례 제공했다.

장병정신교육자료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파견이 추진중이던 북한 응원단에 대해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전 선봉대’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야기했던 것과 다음달 8일부터 경북 영천에서 열리는 제61회 세계군인 육군5종 선수권대회 소식이 그것이다.

먼저 국방부는 ‘북한 응원단 파견 논란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 응원단에 대해 “철저한 출신성분 심사와 사상검증을 통해 선발되는 소수정예의 혁명전사”라며 “남한 국민이 선호하는 기준에 맞춰진 외모는 겉으로 드러나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단정 지었다.

특히 “남북화해협력 사절이 아닌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전 선봉대에 불과하다”며 ‘비판’을 넘어선 ‘비난’에 가까운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에 대응해 언제라도 임무가 주어지고 상황이 발생하면 싸워야 하는 우리 장병들을 위한 교육용”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즉각 언론매체를 통해 “허무맹랑한 반북히스테리”라며 “군인과 국민을 대립시키는 발상 자체부터가 황당하다”고 반발했다.

북한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과 통일부 등 정부 내에서도 북한 응원단 참가를 환영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며 국방부의 태도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외교안보사령탑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보니 북한 응원단에 대해 ‘원 보이스’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사기도 했다.

[사진=뉴포커스 제공]

세계군인 육군5종 선수권대회도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는 이번 대회를 홍보하면서 “35개 국가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345명의 최정예 육군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방부가 적시한 ‘최정예 육군’ 가운데는 남자선수 6명과 여자선수 4명, 그리고 임원으로 구성된 15명의 북한 선수단도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육군5종 경기는 장애물달리기, 장애물수영, 투척, 크로스컨트리와 함께 소총사격으로 구성돼 있는데, 북한군인이 남한 땅에서 사격하는 장면이 펼쳐질 것이 분명하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사격종목 등에 북한선수가 출전한 적은 있지만 북한군인이 남한 땅에서 총을 쏘는 것은 무장간첩 사례를 제외한다면 한국전쟁 이후 처음일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북한 미녀 응원단’보다 민감한 사안일 수도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국제기구인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ISM)에서 북한의 참가신청을 받은 것이라 설명하고, 김 대변인은 “신성한 스포츠대회”라면서 “그 외에 나머지는 없다. 단지 대회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 아시안게임 역시 국제기구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주관하고 세계군인 육군5종 선수권대회보다 훨씬 큰 규모의 스포츠대회라는 점에서 국방부의 설명은 북한 응원단에 대한 인식과 비교할 때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귀에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물론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자 우리 안보의 위협이 되는 적이라는 이중적 현실을 최전선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국방부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연관된 스포츠행사에 대한 엇갈린 대응과 최근 잇달았던 군대 내 총기사고와 구타·자살·성추행 사건 등이 오버랩되면서 국방부의 철학의 빈곤과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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