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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하기’보다 ‘안하기’가 어려운 단식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많은 수의 정치인들과 일반인들이 단식 투쟁에 간접 또는 직접 참여했습니다. 단식 투쟁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정치 투쟁인만큼 단식 현장엔 비장함까지 감돕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신의 생명을 걸고 단식 투쟁에 나섰던 전례들이 있습니다. 국회 의원들의 단식과 세월호 유족인 김영오씨도 수십여일간 단식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단식을 실행했던 정치인들 다수는 시작하기 보다는 그만두기가 더 어려운 것이 단식의 속성이라고 설명합니다. 대다수 단식은 협상의 실패에서 시작되는데, 협상을 통해서도 관철되지 못한 쟁점이 단식의 명분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명분 달성 이전에 몸이 먼저 축나는 것이 다수의 경우입니다.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단식을 이어갔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 김 씨의 요구였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안팎 사정과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의 입장 등을 고려하면 수사권 기소권을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새롭게 새정치연합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문희상 의원도 ‘유족의 양해’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요구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원칙대로라면 단식을 계속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풀어야 하게 되는 경우도 다수입니다. 그럴 경우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생명’을 잃어서야 되겠습니까. 김 씨의 경우엔 ‘둘째 딸의 간절한 요구’가 단식 중단의 명분이 됐습니다. 주변에서 강하게 단식 중단을 요구할 수록, 이를 근거로 단식을 중단할 수있는 명분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도움주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20여일 넘게 단식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법무부가 정당을 해산하겠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제소를 한 것에 대한 반대 차원이었습니다. 법무부의 정당해산심판청구를 철회하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법무부는 현재도 관련 절차를 진행중입니다. 당시 단식이 20여일을 넘어가면서 김미희 의원 등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이 때 야당 의원들이 도움을 줬습니다. ‘종북 불똥’이 우려되지만, 새정치연합(당시 민주당) 의원 20여명은 “통진당 의원들은 단식을 그만두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통진당 의원들은 성명 발표 당일 단식을 중단했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야당의 ‘단식 중단’ 요청에 대해서만큼은 종북을 근거로 쟁점화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는 일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단식에 참여했던 문재인 의원은 비교적 별다른 논란 없이 단식을 중단할 수 있었습니다. 단식의 명분이 ‘김영오 씨 단식 중단’이었기 때문에, 김 씨의 단식 중단 선언과 함께 문 의원은 단식을 풀 수 있었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공식적으로 ‘당분간 단식을 한다’는 타이틀을 걸었기에, 언제든 단식을 풀 수 있었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20여일여 동안이나 단식을 했습니다. 10 ㎏ 넘게 몸무게가 줄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옥중 단식을 실시하던 새정치연합 김재윤 의원도 구속된 후 20여일 간이나 단식을 하다가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단식을 했던 인사들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사실 단식보다는 복식(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일) 과정이 훨씬 더 괴롭다고 합니다. 짧게는 10여일, 길게는 30~40여일 동안 장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에서, 이를 다시 가동시키려면 아주 조심스러운 복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통상 2주일 넘게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복식 과정에 실패하게 될 경우 장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래저래 단식은 위험한 마지막 투쟁의 방식입니다. 국민들 가운데 단식이라는 방식을 택해야 하는 마지막 코너에 몰리는 인사들이 적어지기를 기대합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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