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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뷰] ‘현대타운’에 가려면 ‘삼성역’에서 내려야 한다?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현대타운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하나요?” “삼성역에서 내리세요.”

예상되는 웬지 이상한 풍경.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낙찰자로 현대자동차그룹 컨소시엄이 선정됨 따라 이 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의 역명 개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축구장 12개를 합친 대지 면적에 자동차테마파크, 국제업무시설, 한류공연장을 갖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조성돼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경우 역명 개명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19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구상대로라면 약 8만㎡ 규모의 한전 부지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우뚝 선다. 서울시도 이곳을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육성할 계획이어서 민ㆍ관이 합작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전망이다.

지하철 역명 개정 논의는 현대차그룹이 조성한 일명 ‘현대타운’에 가려면 삼성역에서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삼성역은 동네 지명(삼성동ㆍ三成洞)을 그대로 역명에 붙인 경우인데 발음이 같아 ‘삼성(三星)그룹’을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삼성역 이름이 삼성그룹과 연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수십조원을 투자해 만든 랜드마크가 고스란히 경쟁기업인 삼성그룹을 홍보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역명 개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역명 개정은 자치구에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심의, 결정한다. 현재 지명위에서 논의 중인 역명 개정 건수는 40여건. 서울시 관계자는 “아무리 큰 기업이 들어오더라도 특정 기업이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없다”며 “삼성역 이름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역명 개명이 힘들다면 역명을 병기하는 방법이 있다. 즉 삼성역에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안내할 수 있는 이름을 같이 쓰는 것이다. 최근에도 6호선 녹사평역은 ‘녹사평(용산구청)역’으로, 2ㆍ5호선 왕십리역은 ‘왕십리(성동구청)역’으로 표기 방식이 바뀌었다.

다만 역명 병기는 서울지하철의 새로운 수익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 대상이기는 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양대 지하철공사의 만성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역명을 돈을 받고 파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사례도 있다. 가령 스페인 마드리드 지하철은 기존 ‘솔 광장’ 역을 통신업체의 이름을 넣어 ‘보다폰-솔’ 역으로 개명하고, 보다폰사로부터 3년간 300만 유로(약 46억원)을 받고 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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