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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사태의 종착역은 회장-행장 퇴출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장장 4개월간 이어져 온 KB사태의 종착역은 결국 회장과 행장의 동반 퇴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끝났다. KB금융 회장과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장 간의 내분은 결국 모두 조직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이들의 제재 수위를 놓고 일관성 없이 중심을 잡지 못했고,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당국의 방침에 반기를 들며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금융권 초유의 심각한 사태도 연출됐다.

▶껄끄럽던 관계, 전산시스템 사업 계기로 갈등 표출=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취임하게 된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초창기 서로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임 초 각자 영업 현장을 방문하던 두 CEO는 서로의 동선을 먼저 확인한 후 자신의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상대방에게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비만 2000억원에 달하는 주 전산시스템 교체사업을 두고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내년 7월 한국IBM과의계약 종류를 앞두고 IBM의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던 주 전산기를 교체하려고 2012년 6월부터 전담반을 꾸려 기종 결정을 검토해왔다. 지난 4월에는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려 주 전산기를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하는 내용의 주 전산기 전환계획안을 올렸다.

문제는 이사회 직전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가 이 행장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사태가 시작됐다. 기존 협상 가격보다 저렴한 1500억원대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메일의 내용이었다. 이에 이 행장은 유닉스 전환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판단, 윤웅원 KB금융 부사장(CFO)과 김재열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 정병기 은행 상임감사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행장의 요청은 묵살됐고, 국민은행 이사회는 유닉스 전환 계획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때 정 감사는 즉시 감사에 착수해 전산기 교체 안건 보고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보고서가 유닉스 기반 시스템의 비용과 잠재 위험 요소를 의도적으로 축소ㆍ누락했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이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이 행장은 지속적으로 임 회장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임 회장은 이 행장과의 독대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이 행장은 내부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금융당국에 ‘주요 경영사항’ 형식으로 주 전산기 관련 내용을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의 초강수로 사상 첫 양대 CEO 동시 퇴출=이 행장의 보고를 받은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당일 검사역을 현장에 파견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특별검사로 KB금융 내 내부 갈등이 비로소 외부로 드러나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 6일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하면서 강수를 뒀다. 이는 국민카드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다른 사안과 맞물리면서 당국의 퇴출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반전은 있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두 달여 회의 끝에 두 수장의 제재 수위를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낮추자고 금감원장에 건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두 수장 사이의 갈등이 봉합돼 조만간 KB금융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마지막 기회까지 놓쳐버렸다. 화합을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떠난 템플스테이 행사가 파행을 맞으면서두 수장간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날이 섰다.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조기 귀가한 이 행장은 곧 임 회장 측 인사로 여겨지는 김재열 KB금융 전무 등 전산 담당 임직원 3명을 고발, 극단적인 국면으로 치달았다.

이를 지켜보던 최수현 금감원장은 2주간 장고 끝에 지난 4일 제심의 의견을 거부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중징계 확정에 이 행장은 곧바로 사임했으나, 임 회장은 사퇴를 거부하면서 사퇴를 거부하면서 반박 기자회견을 갖는 등 금융당국과 정면으로 맞섰다.

이에 임 회장의 제재를 최종 심의하는 금융위는 임 회장의 제재 수위를 ‘직무정지 3개월’로 다시 높였다. 또 KB금융의 모든 계열사에 금감원 감독관을 보내는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됐다. 임 회장 역시 법원에 직무정지 무효 소송을 내는 등 반발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임 회장의 든든한 아군이었던 KB금융 이사회가 임 회장에게 등을 돌리며, KB를 둘러싼 막장 드라마는 마무리가 됐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17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임 회장에 대한 해임 안건을 7대2로 가결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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