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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가 ‘담배셔틀’ 성지로?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애연가 홍모(31) 씨는 다음달 친구의 제주도 여행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비흡연자인 친구에게 담배 구입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최근 정부가 담뱃값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지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여걱정되지만 아직 금연은 자신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홍 씨는 친구에게 가능하면 많은 담배를 사다달라고 부탁할 예정이다. 홍 씨는 “제주도에 여행 가는 친구가 있으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부탁할 생각”이라며 “게스트하우스 등 제주도에 있는 지인들을 활용하려 하며 주변에 나 같은 이가 한 둘이 아닌데,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담배지하경제’가 형성될 것이라는 농담도 주고 받는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1000만명이 넘는 흡연자들 사이에서 ‘제주도 면세담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면세가로 담배를 구입할 경우 인상된 가격의 절반 가량에 담배를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의 면세 한도가 내년부터 현행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 조정되면서 제주도가 담배 청탁(?)의 온상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담뱃값이 오르고, 계속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제주도는 ‘담배 성지’로 우뚝 설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오고 있다.


흡연자들 사이에서 제주도 면세담배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는 그동안 해외 한인 커뮤니티에서 공공연하게 담배 암거래가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 등 담배 가격이 비싼 나라에서는 거주 한국인들이 국내의 지인들에게 부탁해 현지에서 담배를 택배로 받아 매매하는 담배 암시장이 형성돼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유학 중인 안모(26ㆍ여) 씨는 “현지의 한국인들은 담배 가격을 해외현지가격보다는 저렴하게, 국내 가격보다는 비싸게 책정해 택시비 등 현금처럼 활용한다”며 “담배 가격이 인상되면 택배비 등을 포함해도 이득이 없기 때문에 면세점에서 직접 구입하지 않는 이상 해외에서의 담배 매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배 한 갑이 2500원일 때의 출고가는 700원~800원으로, 면세점의 최종소비자 가격은 1400원 가량이다.

담배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가격이 4500원으로 오르면 세금은 3318원으로 출고가 1100원의 2배인 2200원 선에서 면세점 최종소비자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된 후에도 면세점에서 담배 한 보루의 가격은 시중가의 절반 정도 수준인 셈이다.

실제로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해외여행을 할 때에도 면세품목을 지인들끼리 나눠서 입국하거나 지인에게 부탁하는 일이 흔하게 있다”며 “사재기를 막고 있지만 제주도 여행이 보편화된만큼 방법이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담뱃값 인상 후 지하경제 형성을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책이 마련된 후 급하게 시행된만큼 향후 지침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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