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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는 왜 죄악세에 눈독 들이나
[헤럴드경제 = 하남현 기자] 담뱃값이 오르는 데 이어 술에 붙는 주세 인상론도 제기되면서 죄악세를 통한 정부의 ‘간접 증세’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정부 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 곳간이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증세에 비해 조세저항이 비교적 적고 명분도 있는 죄악세 징수는 정부 입장에서 매력적인 유혹이다.

죄악세란 사회적으로 장려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상품에 높은 세금을 매겨 소비를 억제하는 제도다. 술ㆍ담배를 비롯해 경마ㆍ경륜, 스포츠토토, 카지노 등 사행성 행위에 붙는 세금 역시 죄악세로 간주될 수 있다. 해외의 경우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에 대해 비만세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걷고 있다.

대체로 정부는 죄악세 징수시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이번 담뱃값 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담뱃값 인상은 세수 확보 차원이 아닌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보건ㆍ사회단체들이 담뱃값 인상 조치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흡연율 인하보다는 세수효과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어린 시각또한 만만치 않다.

정황 증거도 있다. 흡연율을 대폭 내리려면 담뱃값을 주요 선진국 수준인 8000원, 1만원까지 올릴수도 있다. 하지만 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담뱃값이 4500원일 때 예상 추가 세수가 2조8000억원으로 최대치인 반면 담뱃값을 5000원으로 하면 추가 세수가 1조4000억원에 그치고, 6000원이면 세수가 오히려 1조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금연 효과가 아닌 세수 확충을 가격 결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정부가 주세, 도박 등에 대한 세금 인상도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관리대상 수지 기준 재정적자액이 올해 25조9000억 원에 이르고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예산을 편 내년에는 적자액이 30조 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역시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 세수가 목표액보다 10조원이나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담배값만 올려서는 메꾸기 어려운 규모다. ‘증세는 없다’고 공언한 가운데 음주나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가진 죄악세 징수가 정부로서는 가장 손쉽게 나라 곳간을 늘려가는 방법이다. 2016년 4월까지 선거가 없어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죄악세 징수의 적기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술, 담배 등의 가격 인상이 결국 서민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는 만큼 정부의 우회 증세 꼼수가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취약계층의 주머니만 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지경이다. 당장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실현될지 여부도 미지수다. 야당은 “국민 부담을 증가시키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반발하고있어 국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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