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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질서’ 저자 키신저 前 美국무장관…“美 무리한 북진으로 통일 기회 놓쳤다”
한국전쟁 당시 상황 대담한 분석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시키면서 핑퐁외교를 이끌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사진>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무리한 북진이 오히려 중국의 개입을 불러와 한반도 통일의 기회를 놓쳤다는 다소 대담한 분석을 내놨다.

키신저 전 장관은 최근 펴낸 저서 ‘세계질서’(World Order)에서 “미군이 한반도의 가장 좁은 목인 평양-원산 라인에서 진격을 멈췄으면 북한 전쟁수행 능력의 대부분을 궤멸시키고 북한 인구의 90%를 흡수해 통일 한국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미군은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 이후 38선을 넘어 북진, 압록강까지 진격하는 데 성공했으나 위기의식을 느낀 당시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전세가 바뀌었다.

키신저 전 장관에 따르면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은 당시 중공군을 총지휘하고 있던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미군이 평양-원산에서 멈춘다면 중국은 당장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키신저 전 장관은 “그러나 마오쩌둥은 미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자 이를 중국에 대한 ‘봉쇄’전략으로 인식하고 군사개입을 결정했다”며 당시 미국이 보다 전략적인 사고를 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히데요시가 이끄는 일본군 역시 조선군의 초기저항을 제압하고 신속히 북진했지만 일본군이 평양에 당도하자 중국은 막고자 4만명에서 10만명에 이르는 군대를 투입해 일본군을 한양까지 밀어냈다”며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임진왜란 때 중국의 대응과 한국전 때 미국이 경험했던 중국 대응의 유사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오쩌둥의 판단은 중국 지도자의 전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38선 이북으로 미군이 진격해도 중국이 개입할 수 없을 것이며 설사 개입하더라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압록강을 건넌 100만명의 중공군은 미 해병 1사단을 궤멸 직전으로 몰아가는 등 그의 판단을 벗어난 위력을 보였다. 수세에 몰린 맥아더 장군은 만주에 20여발의 핵폭탄을 투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련의 보복 핵공격을 우려한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그러나 키신저 전 장관은 한국전쟁이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의 입장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전쟁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

그는 “미ㆍ중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공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북한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이 ‘신형 대국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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