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현장에 출동해 도주 경로를 따라갔고, 인근 공원에 앉아 있던 절도 용의자 A(58ㆍ여) 씨를 붙잡았다. A 씨가 훔친 물건은 골뱅이 통조림과 햄 등 식료품이었다.
A 씨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인정했지만 추석 연휴 동안 잇따른 절도 사건으로 속을 썩은 마트 주인은 화가 많이 나 처벌을 원했다.
이들을 순찰차에 태워 파출소로 향하는 길. 박 경장과 최 순경이 A 씨의 인적사항 등을 묻자 A 씨의 입에서는 기구한 사연이 흘러나왔다.
A 씨는 30대에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둘을 혼자 힘으로 키워왔다. 그런데 20대가 된 아들 둘이 모두 유전적인 문제로 간질을 앓아 자기 앞가림이 불가능해졌고, 눈앞이 캄캄해지게 됐다. A 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과도한 비만까지 생겨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계속된 생활고에 두 아들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를 듣던 박 경장은 예전에 A 씨가 사는 빌라에 출동했다가 A 씨 가족의 이같은 처지를 확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마트 주인은 마음을 바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경찰에 전했다. 마트 주인은 “처벌보다는 선처가 A 씨에게 큰 감동이 될 것”이라며 훔친 물건만 돌려받았다.
경찰은 A 씨에게 “아무리 생활고로 힘들다고 해도 남의 물건에 손 대는 건 절대 안된다”며 훈방했다. 연신 감사와 사죄의 인사를 하던 A 씨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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