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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트에서 식료품 훔친 50대女 훈방된 사연은?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후 5시. 순찰 근무를 하던 서울 도봉구 쌍문파출소 박태선(42) 경장과 최문정(30ㆍ여) 순경은 인근 할인마트에서 절도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이들은 현장에 출동해 도주 경로를 따라갔고, 인근 공원에 앉아 있던 절도 용의자 A(58ㆍ여) 씨를 붙잡았다. A 씨가 훔친 물건은 골뱅이 통조림과 햄 등 식료품이었다.

A 씨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인정했지만 추석 연휴 동안 잇따른 절도 사건으로 속을 썩은 마트 주인은 화가 많이 나 처벌을 원했다.

이들을 순찰차에 태워 파출소로 향하는 길. 박 경장과 최 순경이 A 씨의 인적사항 등을 묻자 A 씨의 입에서는 기구한 사연이 흘러나왔다.

A 씨는 30대에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둘을 혼자 힘으로 키워왔다. 그런데 20대가 된 아들 둘이 모두 유전적인 문제로 간질을 앓아 자기 앞가림이 불가능해졌고, 눈앞이 캄캄해지게 됐다. A 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과도한 비만까지 생겨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계속된 생활고에 두 아들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를 듣던 박 경장은 예전에 A 씨가 사는 빌라에 출동했다가 A 씨 가족의 이같은 처지를 확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마트 주인은 마음을 바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경찰에 전했다. 마트 주인은 “처벌보다는 선처가 A 씨에게 큰 감동이 될 것”이라며 훔친 물건만 돌려받았다.

경찰은 A 씨에게 “아무리 생활고로 힘들다고 해도 남의 물건에 손 대는 건 절대 안된다”며 훈방했다. 연신 감사와 사죄의 인사를 하던 A 씨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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