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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국민효녀 골퍼’ 김효주!!!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잘 어울릴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간밤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여자프로골퍼 김효주 선수 이름 앞에 ‘국민효녀’ 라는 별칭을 붙여 봅니다.

올해 만 19세 김효주 선수, 우리 나이로는 방년 20세입니다. 그런 그녀가 그야말로 ‘19번홀의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빛나는 우승컵을 번쩍 들어 올린 겁니다. 14일 밤(우리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 골프클럽(파71·645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김효주는 3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우승상금은 48만75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억 원입니다.

맞수가 ‘살아있는 전설’인 베테랑 골퍼 캐리 웹(40)이었기에 그 감격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웹은 어떤 선수입니까. 진정한 골프여제 아니카 소랜스탐(43·스웨덴))과 함께 1990년대 중후반부터 10여 년 간 세계 정상을 넘나든 선수입니다. 우승 빈도에서 소랜스탐에게 살짝 밀기긴 했지만 웹은 7차례의 메이저우승을 포함해 전세계 프로골퍼 중 유일하게 5개의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소유한 ‘슈퍼그랜드슬래머’이기도 합니다.

이번 대역전극은 골프사에 길이 남을 명품 승부입니다. 첫 홀 버디로 산뜻하게 출발한 웹이 두 번째 홀에서 어이없이 더블보기를 엮으며 혼란에 빠진 사이 김효주는 다소 여유 있게 리드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15번 홀에서 웹에게 결국 선두 자리를 빼앗겼고, 17번 홀 세컨샷까지 실수하며 흔들렸지만 그녀의 표현대로 “이 악물고 죽기살기로” 18번홀에 임해 결국 승리를 차지한 겁니다. 한타 뒤진 채 맞은 18번홀, 하이브리드로 세컨샷을 홀컵 3m가까이 붙인 뒤 버디를 낚았고 이에 놀란 웹이 보기를 범하고 만 겁니다. 

에이비앙챔피언십 우승컵을 안은 김효주 선수

그러고 보니 웹의 프로 전향시기와 김효주가 태어난 시기가 어림짐작으로 비슷해 보입니다. 기술과 능력, 그리고 준비된 자에 찾아오는 기적에는 나이란 것이 별 의미 없다는 것이 이번에 입증된 셈입니다.

그렇습니다. 김효주의 최대 강점은 준비된 챔피언이라는 점일 겁니다. 국내 최고는 물론 세계 최고가 될 만한 기량은 물론 골프의 핵인 멘탈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2012년 김효주는 아마골퍼로서 한국(롯데마트), 일본(산토리), 대만(스윙잉스커츠)의 프로골프계를 차례로 평정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일본 산토리오픈 대첩입니다. 당시 기자 역시 주말 중계방송을 통해 숨죽이며 지켜봤지만, 김 효주는 이 대회에서 사상 최연소(16세 332일), 18홀 최소타(61타) 등 진기록을 작성하며 일본 골프계를 경악케 했었습니다.

이후 그해 10월 프로로 전향해 두 달 만에 첫 우승을 기록합니다. 바로 그해 연말에 있었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입니다. 지난해에는 프로2년차 징크스를 살짝 겪는가 싶더니 올 시즌에는 이미 3승을 낚아 2008년 신지애 선수가 작성한 한 시즌 최다상금액(7억6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에이비앙챔피언십 최종 스코어

이런 김효주 선수에게는 지극정성의 팬들이 있습니다. ‘천재골퍼 김효주 팬카페’입니다. 팬들은 김효주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번갈아 가며 플래카드를 지니고 근접 응원을 합니다. 거기엔 ‘우리는 김효주 선수의 편입니다’ 라는 글귀가 늘 있습니다. 응당 김효주 선수의 ‘팬입니다’로 읽는 이들이 많겠지만 자세히 보면 ‘편입니다’로 적혀 있습니다. 볼 때마다 재미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전세계 골프팬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태극낭자들 여럿 있습니다. 김효주와 함께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장하나(22) 선수는 허미정(25) 선수와 함께 9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최나연(27) 선수는 8언더파 276타로 5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들은 이날 최종 라운드 초반에 그야말로 하나같이 신들린 샷을 선보였습니다. 이들의 선전에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냅니다.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 골프클럽 18번 홀에 움집한 갤러리

골프가 아직은 대중화된 종목이 아닌지라 국민적 환호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김효주 선수의 이번 우승은 마음과 몸이 피곤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기에 충분합니다. 김효주 선수, 그리고 한국 낭자골퍼들 ‘국민효녀’입니다.

글을 맺으며 밝히지만, 기자는 골프전문은 아닙니다. 다만 20년 넘게 골프를 사랑하는 입장입니다. 주말 쉴 때면 가급적 골프전문채널을 즐겨 봅니다. 서당 개 풍월이지만 이틀 연속 오후 7시 반부터 자정을 훌쩍 넘길 때까지 중계방송을 지켜보면서 태극낭자들의 선전에 느낀 바가 각별했기에 생중계한 JGolf 채널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몇 컷과 함께 졸고를 남겨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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