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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 정치생명 연장 기로에 선 박영선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요즘 매일 살얼음판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1 야당 당대표 대행과 원내대표를 모두 맡고 있는 탓에 꽉 막힌 세월호 정국 속에서 박 위원장은 연일 정치 시험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답답한 상황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한 달 전 비장함으로 충만했던 박 위원장은 지금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신세가 됐다. 7ㆍ30 재보궐 참패 후 당의 재건을 위해 나서달라고 동료 의원들이 걸어준 총대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고,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깔고 앉는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가시방석이 되고 말았다.

가장 큰 원인은 본인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위원장은 야당 대표로서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합의해 놓고도 두 번이나 협상 내용을 번복했다. 협상 결과에 대한 세월호 유족들의 반발에 마음이 무거워진 쪽은 여당보다는 박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 등 당내 동료 의원들이 세월호 유족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다시 협상해야 한다며 광화문에 나가 단식을 벌인 것도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돌파구가 절실했던 박 위원장은 장외투쟁을 병행하는 배수진을 쳤지만 결집은 커녕 분열을 유발했다. 박 위원장이 국회 본청 앞에서 80여명의 의원들을 이끌고 비상행동 결의대회에 나섰을 때 15명의 다른 의원들은 당의 장외 행동에 반대한다고 서명했다. 해묵은 강온파 대립이 재발되자 창당 초기 40%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그나마 일정 지분을 갖고 있던 정국의 주도권도 서서히 소멸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여당과 유족끼리만 협상을 벌이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들러리됐다는 비난에도 박 위원장은 말을 아꼈지만, 여당과 유족 간 갈등만 확인돼 박 위원장의 인내는 묻히는 꼴이 됐다.

최후 보루 수단으로 박 위원장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중재를 부탁했지만, 콧대 높은 여당은 “의장은 협상의 디테일을 모른다”며 사전 차단에 나섰다. 그러자 이제 박 위원장은 사회지도층이 나서달라며 읍소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박 위원장은 오죽하면 “솔로몬의 재판에서 자식을 포기한 엄마의 심정으로 뒤에 서 있겠다는 마음가짐”이라며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협상 한쪽 키를 쥐고 있는 쪽은 분명 박 위원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여야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여당과 유족 간 대화는 끊겼다. 추석 전 이 난국이 풀리지 않는다면 치명상을 입는 쪽은 그 누구보다 박 위원장이다. 2004년 정계에 입문한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박 위원장이 10년간 쌓은 정치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이유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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