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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극비리에 진행된 삼성重-삼성ENG 합병작업
-일부 인력 모아 회사 밖 서울 모처에서 합병 작업 진행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삼성그룹의 구조 개편 작업이 재개되는 모습입니다. 소문만 무성했던 삼성그룹의 건설ㆍ중공업 계열 구조 개편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결정으로 본격화 됐습니다.

구조 개편의 첫 걸음은 25조원 규모의 종합플랜트업체 탄생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해양플랜트의 경쟁력 강화입니다.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 능력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 및 관리 능력을 결합해 이른바 제작과 설계를 동시해 진행할 수 있는 종합 해양플랜트 업체를 만들어 두 회사의 제 2의 도약을 꾀한다는 계획입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3도크 전경(왼쪽), 삼성엔지니어링 서울 상일동 본사 전경(오른쪽).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지난 해 말 엔지니어링의 오프쇼어 사업본부 인력을 삼성중공업에 파견 형태로 위탁하면서 예견돼 왔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병 작업은 내부 직원들에게도 거의 알리지 않은 채 은밀하게 진행됐다는 후문입니다.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한 첫 보도가 나왔던 31일 저녁까지 대부분의 직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전언입니다.

합병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그룹은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관리, 경리, 기획, 법무부문 직원 일부를 모아 극비리에 합병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실상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 셈입니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해당 직원들은 회사 내부가 아닌 서울 모처에서 모여 일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합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중공업과 엔지니어링 직원들은 각각 따로 방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합병 작업이 그만큼 조심스럽게 이뤄졌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1일 오전 그 결과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일단 두 회사 모두 최근 실적 악화로 그룹의 경영진단까지 받았기 때문인지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한 듯 보입니다. 실제로 이날 두 회사의 주가는 오전 11시30분 현재 전일 대비 각각 6%(삼성중공업), 11%(삼성엔지니어링) 올랐습니다.

직원들의 표정은 설렘 반 두려움 반입니다. 일단 엔지니어링을 흡수 합병하게 된 중공업의 경우는 엔지니어링의 설계 능력 확보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중공업이 자산 규모나 시가 총액 등 규모가 더 크다보니 존속법인으로 남게된 상황이라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의 여파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양플랜트 분야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게다가 수주 실적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 단기적으로는 과도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은 기대감 보다는 우려가 조금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중공업에 흡수 되는 과정에서 인력 조정 등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 중공업의 본사가 거제도에 위치한 점도 직원들에게는 큰 애로사항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본사는 서울 강동구에 있습니다. 중공업과의 합병이 진행되면 일부 직원들은 삼성중공업의 본사가 자리해있는 거제조선소로의 이동이 불가피합니다. 물론 삼성중공업이 판교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고 있긴 하지만 이 곳에서 엔지니어링 인력을 모두 흡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안팎에서는 일부 부서의 거제도 행이 이미 결정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마음은 ‘싱숭생숭’한 듯 합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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