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더 꼬이는 KB 내분 “자승자박을 결자해지해야”
[헤럴드경제=조동석ㆍ신소연 기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던 KB금융의 내분 사태가 다시 증폭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재차 불거진 KB금융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간 갈등을 최종 징계양형 결정의 판단 근거에 포함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리딩뱅크다. 금융권은 사태 해결을 위해 ‘자승자박(自繩自縛ㆍ자신이 만든 줄로 제 몸을 스스로 묶는다)을 결자해지(結者解之ㆍ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 꼬이는 KB=금융당국은 지난달 22일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논란과 도쿄지점 불법대출 등과 관련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KB금융은 안도했다. 갈등 봉합이 예상됐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다.

화합과 전진을 위해 열린 KB금융 경영진의 템플스테이 행사에서는 예상치 못한 의전 문제가 제기됐다. 이어 국민은행이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KB금융지주와 은행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갈등은 더욱 커졌다.

이전에도 이런 대립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임 회장이 올초 외부 전문가와 내부 인사로 구성된 조직문화 쇄신위원회를 만들자 이 행장은 별도로 인사혁신위원회를 꾸렸다.

한 금융권 인사는 ”KB금융 매출의 90%가 은행에서 나오기 때문에 행장의 권한이 막강하다”면서 “회장이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은행을 장악해야 하는데, 이런 행동들이 서로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작년말에는 국민은행 IT본부장 교체과정에서 충돌했다. 국민은행의 고발장에 따르면 임 회장은 국민은행 IT본부장과 업체 간 유착의혹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우려를 전달했다. 이 행장은 특별감찰 과정에서 의혹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 행장은 교체를 반대했으나 임 회장의 지속적인 요구로 결국 교체됐다.

▶장고하는 금감원장 칼 빼드나=금융당국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에 빚어지는 갈등을 우려의 눈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이 부분도 최종 양형을 결정할 때 고려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제재 결정권자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위의 경징계 결정을 놓고 장고하는 것은 KB 사태의 흐름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초 경징계 결정을 최 원장이 수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여론의 흐름이 사뭇 달라졌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내분사태가 악화할 경우 최 원장이 파장에도 불구하고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의 행태 자체가 중징계 조건인 ‘금융기관의 건전경영을 심히 훼손하거나 중대한 손실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징계도 분명한 징계”라며 “국민과 고객에게 사과해야할 CEO들이 경징계를 받았다고 잘못이 없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KB의 두 경영진은 당장 자진 사퇴해야 한다”며 “관치금융의 폐해를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만나 조직의 앞날을 위해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추락하는 KB금융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양보와 타협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dsch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