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비긴 어게인’은 어떻게 블록버스터를 꺾었나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성적에서 눈길을 잡은 건 '명량'의 최대 매출도,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700만 기록도 아니었다. '다양성 영화'(독립.예술.저예산영화 통칭)로 분류되는 '비긴 어게인'의 조용한 돌풍이었다.

'비긴 어게인'은 지난 주말(8월 29일~31일) 관객수 28만1642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81만252명. 이로써 '비긴 어게인'은 올해 다양성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보유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최종 관객수 77만2880명)의 기록을 가뿐히 넘어섰다.

이같은 성적은 경쟁작들의 면면을 보면 놀라운 것이다. 한국영화 대작 '명량', '해적'이 여전히 뒷심을 발휘하고 있고, '인투 더 스톰', '닌자터틀' 등 굵직한 할리우드 신작들까지 쏟아진 상황에서 일군 쾌거이기 때문이다. '비긴 어게인'의 스크린 수(375개관)는 박스오피스 1위 '해적'(682개관)의 절반에 해당하며, '인투 더 스톰', '명량', '닌자터틀'보다 100곳 가량 적다. 특히 '닌자터틀'의 경우 상영횟수(7156회)가 '비긴 어게인'(4150회)의 2배에 달했지만, 관객수는 2만여 명 더 적었다.('닌자터틀' 주말 관객수 25만9192명)

사진=비긴 어게인 스틸컷


'비긴 어게인'은 이례적인 박스오피스 역주행에 힘입어, 최초 상영관 185곳에서 200여 개관 가량을 더 확보했다. 그렇다면 '비긴 어게인'은 어떻게 관객들을 사로잡았을까. 

우선 '음악영화'라는 장르는 고정 수요층이 존재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국내 대표적인 영화제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같은 잠재 관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비긴 어게인'은 오랜만에 극장가에 등장한 음악영화라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의 스토리와 영상미를 넘어선 음악의 힘은 2007년 '원스'의 흥행(최종 관객수 23만2459명)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당시 '원스'는 대중적인 사랑은 물론, 아카데미시상식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OST의 음악성 또한 인정받았다. '비긴 어게인' 역시 삽입곡들이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제곡 'Lost Stars'의 경우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해외영화 OST 부문 1위를 꿰차고 있으며, 다른 11곡 모두 순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비긴 어게인'은 블록버스터 홍수에 지친 관객들에게 일종의 대안이 됐다. 지금 극장가는 스펙터클이 넘쳐난다. 장르는 조금씩 달라도 액션이 빠지지 않고('명량', '해적', '닌자터틀' 등),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재난영화('인투 더 스톰')까지 손짓한다. 그 틈새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잔잔한 로맨스 영화가 차별성을 갖게 된 셈이다.

'비긴 어게인'은 '원스'로 유명세를 탄 존 카니 감독의 신작이다.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등 실력파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며, 뉴욕 곳곳을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감성적인 노래가 일품이다. 마룬5 애덤 리바인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출중한 보컬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ha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