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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싱크홀과 박원순 시장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요즘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는 단연 이 사람 페이스입니다. 그렇다고 이곳저곳 바깥으로 돌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난세를 틈타 돗자리 깔고 밥 굶기를 밥 먹듯 하며 단식이라는 ‘노이즈마케팅’을 택하거나, 세상이 다시 자신을 불러 세울 것이라며 바짝 엎드려 숨죽이며 ‘사일런스 전략’을 쓰는 경우와는 사뭇 다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얘기입니다. 6.3지방선거에서 ‘자이언트’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현대중공업 오너)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정치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는 판단입니다. 벌써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원순씨’로 통합니다. 수더분해서일 겁니다. 전임자들과의 차별화를 계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는 분명 삽질을 싫어합니다. 앞서 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계천이라는 수작을, 그의 후임자이자 박 시장의 전임자인 오세훈 전 시장은 광화문광장이라는 역작을 남긴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토건족 DNA보다는 조용한 언덕빼기 동네 빵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 더 어울린다는 겁니다.

각설하고, 이런 박 시장에게 제대로 삽질할 대박 찬스가 나타난 겁니다. 바로 시민들의 꿈자리까지 뒤숭숭하게 하는 ‘싱크홀’이 그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염장 지르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잘 따져보십시오. 

석촌 지하차도 인근에서 발견된 싱크홀(지하동공)

싱크홀, 다시 말해 도심지하 동공현상은 잘못되면 끔찍한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초대형 지뢰나 다름없습니다. 더구나 지금 도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동공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지형학적 지반침하에 따른 싱크홀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결국 난개발이나 난공사 후유증 또는 부작용이 더 큰 원일일 수 있다니 분명 인재의 단초인 것이지요.

아닌 게 아니라 서울 강북 도심은 70~80년 전에, 강남 도심권은 길게는 30년 전에 갖춰진 지하시스템입니다. 강북지역은 기술면에서 부족한 시절에, 강남지역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시절에 갖춘 시설물이 대부분일 겁니다. 문제가 된 석촌 지하차도를 포함해 잠실벌 자체가 한강 옆 뽕밭이었고 이후 과거 질퍽한 곳에 흙을 채워 만든 연육지대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크로아티아 싱크홀

건설분야나 싱크홀에 대해 문외한인 기자이지만 이번 일로 서울시를 주목했는데 대처방법이 돋보이더라는 겁니다. 잘잘 못을 따지는 순서도 매우 이성적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과학적인 근거를 차근차근 들이대며 원인을 낱낱이 분석해 시공사인 삼성물산으로부터 “서울시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코멘트를 이끌어 냈습니다. 삼성물산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는 서울도심 지하 안전진단을 광범위하게 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30년 넘은 하수관 등 서울의 지하시스템 5000km에 대한 특별점검을 6년 동안 해보이겠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탈 날대로 탈이 난 매트로 내장에 대한 내시경을 대대적으로 하겠다는 것이지요. 추석민심을 염두에 뒀을까요. 적시타라는 생각입니다.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어 맨 박 시장

어찌됐건 지금 싱크홀에 대한 여론에서 박 시장은 멀찍이 비켜 나 있습니다. 개발시대의 유산 정도로 여겨지는 데다 이제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한 해결사로 등장하는 모양새입니다. 웬만한 것이라도 대통령의 잘 못이고 시장이나 군수 하다못해 동장 책임지라고 야단법석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능력에다 운발까지 따라준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합니다.

벌써부터 ‘원순표 거품론’이 제기되긴 하지만 박 시장을 주목하는 분위기는 분명 대세인 것 같습니다. 물론 갈 길도 멀고 또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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