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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나연수> 한식 세계화의 현 주소와 나아갈 길
-차연수 전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식 세계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건 2008년 10월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선포하면서다.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으로 2009년 5월 한식 세계화 추진단을 발족했으며, 2010년 3월 한식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그 후 때로는 선진한국의 필수불가결한 사업으로, 때로는 정치적 질타의 대상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다 좋다. 우리 모두의 관심을 받았으니까. 이제 그 뜨거웠던 관심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서서히 도약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도약을 위해 그간의 한식세계화의 과정을 살펴보면, 한식의 명칭과 조리의 표준화 작업을 통한 한식기반 확립, 해외에 표준화된 한식당 개점, 한식사이트 개발, 한식에 대한 마케팅 및 인프라 구축 등이 있으며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의 성과도 있다. 물론 보여주기식 전시사업이나 일회성 이벤트로 공적자금을 유용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국내외적으로 한식에 대한 인식이 고조된 것은 폄하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는 외국에 나갈 때 자주 한식당을 찾아보곤 한다. 그에 대한 소회를 말하자면 한 가지는, 한식당이 예전보다 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주로 한국 사람의 왕래가 많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 사람과 그 일행이 손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점이다. 다른 한 가지는, 외국인 친구가 불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레시피를 적어준 적이 있다. 간장 1큰 술에 마늘, 참기름, 깨소금 등등… 재료는 어디서 사냐고 간장은 깅꼬망으로 하느냐고 물었을 때, 답을 하기 어려웠다. 외국의 대형마트에서 우리의 식재료인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를 구하기 힘든 점이 한식 세계화의 현주소이다.

지나온 길을 짚어봤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정부의 장기적인 플랜에 의한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며 관련 부처 간의 유기적인 정책 공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외에 한식섭취를 홍보ㆍ권장하고 있는데 식약처와 보건복지부에서는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진행하면서 한식에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다고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자칫 부처 간 엇박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학계의 ‘한식의 패러독스’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는 영양학적으로 대사질환을 가져오는 식습관을 가진 프랑스인들이 비만하지 않고 심장병 등 질병이 적은 이유가 와인 때문이며, 포도의 발효기간 동안에 생기는 기능성물질로 인하여 와인은 술이지만 역설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것을 증명한 것을 말한다.

김치, 된장, 고추장 등도 소금 함량은 많지만 발효과정 중 생성되는 생리활성물질로 인하여 비만, 당뇨, 심혈환계 질환을 예방하는 ‘헬시 푸드(Healthy Food)’가 된다는 수준높은 연구들을 통해 한식의 소금 문제를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풀어야 진정한 ‘코리안 패러독스(Korean Paradox)’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한식 세계화에 있어서 절대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우리 국민의 한식교육이 병행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유아 때부터 한식의 맛을 익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며, 학교급식에서도 ‘한식의 날’을 지정하여 우리 음식을 계속해서 먹고 관심 갖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이렇게 자란 청소년들이 장차 한식 세계화의 주역이 되기 때문이다.

‘한식 세계화’는 이제 걸음마 뗀 아이다. 그 동안 첫발을 내딛기까지 많은 준비와 시행착오를 거쳤으며, 앞으로 거친 바다와 같은 넓은 세계에서 살아남아 세계 속의 한식으로 자리매김 하느냐, 아니면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기획되어졌던 단발적인 프로젝트처럼 끝나느냐는 순전히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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