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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강희 허브다섯메 사장 “신선한 허브 찾는 호텔 요리사 등 수요 점점 늘어”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주방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에서 애플민트 잎을 몇 개 따 직접 만든 파스타에 얹어 장식한다. 이같은 초보 주부의 로망을 듣던 조강희(58) 허브다섯메 사장은 “그렇게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고 대꾸했다.

허브는 쑥쑥 자라는 식물이라 줄기를 계속 잘라주거나 자주 분갈이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물과 비료도 제때 챙겨줘야 한다.

조 사장은 “허브는 엄청 개구쟁이 같아서 제대로 돌봐주지 않으면 금방 죽는다”며 “햇빛을 못 받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남향집이 아니라면 실내에서 허브를 키우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허브다섯메에서 조강희 사장이 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브다섯메는 허브 화분을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허브의 효능, 허브를 활용한 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후각ㆍ시각ㆍ미각을 자극하는 허브=허브의 어원은 푸른 풀을 뜻하는 라틴어 허바(Herba)다. 주로 약이나 향료로 써 온 식물을 말한다. 허브는 몸에 좋고 향이 짙어 음식이나 차(茶)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독특한 향이 있는 마늘, 쑥, 미나리도 허브라고 볼 수 있다.

허브는 예로부터 진통제나 진정제 등으로 사용됐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커민, 아니스, 카시아, 시나몬 등의 향유를 발라 미라를 만들기도 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치커리를 말라리아나 간장병을 고치는 약초로 썼다.

집에서도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등 서양 음식이 우리 생활과 밀접해지면서 로즈마리, 바질, 페퍼민트, 타임, 파인애플세이지 등 서양 허브의 이름도 낯설지 않게 됐다. 동네 화원이나 골목길을 지나는 트럭에서도 허브 화분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허브는 종류에 따라 효능과 쓰임새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어성초가 탈모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카모마일 등 향을 지닌 허브차는 카페에서 빼놓지 않고 판매하는 메뉴다.

허브다섯메에서는 이같은 시장의 수요를 감안해 허브를 생산하고 있다. 한때는 재배하는 허브가 200여종이 넘었지만 현재는 100여종 정도를 2만평 규모의 4군데 농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서울 방이동에 있는 5000평 규모의 농장이 본사 격이다. 수많은 허브 화분들이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뒤편을 바라보면 고층 아파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무더워 허브가 잘 자라지 않는 여름철에는 고랭지인 강원도 평창에 있는 농장에서 허브를 생산한다. 경기도 광주에서도 두군데 농장을 운영 중이다.

서울에서 농사를 짓다보니 판로나 직원 구하기가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시장의 수요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요즘은 천편일률적인 음식을 넘어 자신만의 특별한 요리를 개발하고 싶어하는 요리사들이 점점 허브에 관심을 갖고 있다. 힐튼 호텔의 한 쉐프는 직접 허브를 키워서 요리에 사용하겠다며 허브 화분을 사가기도 했다.

조 사장은 “과거에는 요리사들이 허브 말린 것을 가져다 썼는데 이제는 요리할 때 신선한 허브를 바로 따서 넣고 싶다며 직접 키우기도 한다”며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허브의 수요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브다섯메에서는 허브를 활용한 음식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예를들어 베이잎을 우려내 만든 허브커피, 가든세이지로 만든 와인, 민트를 넣은 모히또 제조 방법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기도 한다.

조 사장은 “올리브유에 허브를 넣으면 허브에 들어있던 성분과 향이 더해져 풍미가 좋아진다”며 “고기에는 로즈마리를 넣으면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눈으로 먹는’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듯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허브를 활용한 음식의 장점 중 하나다. 식용꽃으로 장식한 카나페나 일식 요리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화려하다. 자소(紫蘇)로 만든 음료수는 고운 자주빛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허브 교육에 매진=화훼 농장을 운영하던 조 사장이 허브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7년부터다. 당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허브가 막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였다. 조 사장과 거래하던 도매상들이 먼저 허브를 키워보라고 권유했다.

조 사장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였지만 허브는 비싸지 않고 몸에 좋은 향기나는 식물이라고 해서 붐이 일었다”며 “지금보다 그때 장사가 더 잘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허브가 인기를 끌자 당시 한 대형 제빵 회사에서 신제품에 쓸 허브를 구하기위해 허브다섯메를 찾아왔다. 알고보니 그 회사에서 찾던 허브 중 일부는 이미 빵의 재료로 쓰이고 있었다. 허브는 그만큼 구하기 쉽고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다.

조 사장은 “어성초 역시 10년전에도 국내에 들여왔던 식물로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았는데 당시에는 국내 소비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묻혀있던 허브들을 찾아내 공급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조 사장은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지어온 베테랑 농부다. 그런 그도 한국벤처농업대학에 들어가 또 공부를 했다.

그는 “기존에 농업교육은 교육을 시키는 사람이 농민들에게 돈을 줘가며 오라고 싹싹 빌었는데 벤처농업대학은 사람들이 자기돈을 내고 갔다”며 “왜 돈을 내면서까지 갈까 의아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도 궁금해서 입학을 했다”고 말했다.

벤처농업대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조 사장은 허브에 대해 배우려고 허브다섯메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 농장 비닐하우스 한켠에 교육장을 마련해 농민뿐만아니라 취미로 허브를 키우는 일반인, 요리 전문가 등 누구나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조 사장은 “제가 아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며 “앞으로도 허브에 대한 교육이나 건강에 좋고 저렴한 허브 발굴 등 의미있는 일을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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