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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루게릭의 기부 역전타
1939년 7월4일,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스타 루게릭은 6만2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야구의 ‘게티스버그 연설’로 일컫어지는 유명한 은퇴사를 남겼다. “난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I consider myself the luckiest man on the face of the earth.)”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130경기 연속 출전을 기록한 위대한 선수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에 만족해하며 팬들에 대한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2주전 자신의 39회 생일날, 대뇌및 척수의 운동 신경원이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희귀병인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진단을 받은 루게릭은 더 이상 선수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은퇴를 결심, 17년의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접고 오래 정들었던 팬들과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루게릭의 이야기는 어떠한 슬픈 영화보다도 더 진한 눈물과 감동의 논픽션으로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 오롯이 남겨졌다. 루게릭의 생명을 잃게했던 ALS는 그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리며 불치의 난치병으로 치부됐다.

루게릭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큰 고통과 아픔을 안겨준 ‘루게릭병’이 기부 실천의 대상으로 떠오르며 ‘아이스버킷 챌린지(얼음물 샤워 캠페인)’라는 뜻깊은 캠페인을 낳게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죽은 루게릭이 기부의 불씨를 크게 일으켜놓았기 때문이다. 성실성과 책임감으로 ‘필드의 신사’로 불리었던 루게릭은 세상에 없지만 현재의 사람들을 통해 기부의 역전타를 날리고 있는 것 같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위한 사회적 운동인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전 세계적으로 SNS를 타고 폭넓고 확산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각계 다양한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참가자가 동영상 촬영을 통해 다음 참가자 3명을 먼저 지명하고 얼음물을 뒤집어 쓰며, 새로운 참가자도 얼음물 샤워를 하고 10달러를 기부하거나 100달러를 ALS협회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는데 스포츠와 연관이 깊은 병이기 때문인듯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참여가 특히 눈길을 끈다. 류현진, 추신수, 손흥민 등 해외파 스포츠 스타와 손연재, 이승엽, 이상화 등이 훈훈한 레이스를 이어 나가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 불고 있는 바람은 더 확산된 조짐이다.

스포츠 스타들의 기부 참여는 선한 행위로 팬들에게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개인적 기부활동은 스포츠계에서도 많이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이번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SNS라는 사회 연결망을 통해 많은 선수들이 연속적으로 동참하며 퍼져나간 적은 없었다. 이는 아마도 쉴새없이 바뀌는 사회적, 역사적 변화의 바람이 낳은 결과일 것이다.

선수들은 치열하게 승패를 겨루며 뛰어난 기량과 강인한 정신력, 페어플레이, 따뜻한 동료애와 인간성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실천을 통해 가치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아이스버킷 챌린지’ 같은 사회적 운동이 널리 보급되면 온기와 사랑이 넘치는 스포츠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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