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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예능’ 롱런 비결은 독특한 포맷, 전통·혁신의 황금비율
프로그램 브랜드화 고집은 위험
1박2일 · 정글의법칙도 위기 돌파
과거 인기 되찾으며 승승장구

저력도 부진도 ‘포맷’이 좌우
고정틀 유지는 장점이자 약점
‘지키며 변해야’ 사는 아이러니



한 예능 프로그램이 동일한 이름과 내용을 가지고 수년을 버티기란 쉽지 않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돌입한 후, 특정 타깃을 겨냥한 독창적인 콘텐츠가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시대다. 기존의 프로그램을 과감히 허물고 세우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때에, 한 프로그램의 ‘브랜드화’ 욕심으로 ‘버티기’에 돌입하면, ‘오래된 예능’은 자칫 ‘뒷방 늙은이’가 되고 만다. ‘장수예능’이 ‘흥망성쇠’를 거쳐 재기하고, 그로 인해 ‘위기관리법’이 생겨나는 이유다.

시즌2를 거치며 폐지설이 끊이지 않았던 KBS2 ‘1박2일(해피선데이)’과 조작 논란으로 대형 위기를 맞았던 SBS ‘정글의 법칙’, 토크쇼의 피로감에 시청률 하향세를 거듭했던 tvN ‘현장토크쇼 택시’가 대표적이다. 위기의 시간을 보내자 세 프로그램의 현재는 다소 달라졌다. 시즌3의 시작과 함께 ‘1박2일’은 일요일 안방 최강자에 올랐고, ‘정글의 법칙’은 평일 심야예능 중 유일하게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원년멤버 이영자와 함께 돌아온 ‘택시’는 천편일률적인 토크에서 벗어나 호평을 얻고 있다.

‘위기의 예능’을 되살린 세 프로그램의 PD들은 프로그램이 버텨온 저력도, 부진의 이유도 “‘포맷’에 있다”는 공통된 답변을 내놓는다. 시리즈물 내내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독창적이면서도 기본적인 틀이 정해졌다는 것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최대 장점인 동시에, 참신함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이는 곧 ‘롱런의 비결’이기도 하다.

‘1박2일’의 유호진 PD는 “한 프로그램이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통의 유지와 혁신의 비율이 절묘하게 유지돼야 한다”며 “지나치게 많은 혁신은 시청자가 불편해하고, 계속 고여있다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켜야 산다=2007년 8월 첫 방송에서 ‘저녁 복불복’을 시작했던 KBS의 간판예능 ‘1박2일’은 8년차를 맞은 현재에도 국내여행을 하며 ‘불변의 공식’으로 통하는 ‘저녁 복불복’으로 시청자를 만난다. 같은 해 케이블 채널 tvN에서 시작한 ‘현장 토크쇼 택시’는 ‘토크쇼 몰락’의 시대에도 연예인들을 택시에 태워 수다를 떤다. 후발주자이나 더 치열해진 생존경쟁의 장에 뛰어든 SBS ‘정글의 법칙’(2011년)은 ‘대자연에서의 생존’이라는 기본조건 아래 4년째 연예인들을 정글로 내던진다.

‘정글의 법칙’의 김진호 PD는 “‘정글의 법칙’은 장점은 포맷에 있다. 누구나 가지 못하는 곳, 대자연으로 가서 우리 스스로 생존한다는 핵심가치를 가져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독창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정글의 법칙’다운 방식이다”고 말했고, ‘택시’의 이윤호 PD는 “이 프로그램은 택시라는 수단을 빼놓을 수 없다. 택시를 벗어나 야외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다른 토크쇼와 차별점이 없는 상황이 된다는 걸 염두하고 기획한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포맷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때문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콘텐츠’라는 인식으로 타프로그램과의 변별점이 된다. 유호진 PD는 “훌륭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며 “시류를 타지 않는 범용성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변해야 산다=그럼에도 ‘고정된 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트렌드에 극도로 민감해 금세 싫증을 느끼는 대한민국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의 핵심가치를 버리지 않으면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김진호 PD)지만, “백지 위에 새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그려져있는 그림 위에 덧칠을 하는 것”(이윤호 PD)이 연출자들에게는 더 힘든 일이다. 세 프로그램은 때문에 컨셉트(1박2일), 장치와 미션(정글의 법칙), 테마(택시)를 통한 변주로 새로움을 시도하고 있다.

‘게임과 복불복’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아들인 ‘1박2일’은 시간(서울)여행, 금연여행, 선생님 특집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여행의 방식을 바꿨고, ‘정글의 법칙’은 매시즌 다른 주제를 정해놓은 가운데 최근엔 김병만의 상징성에서 벗어나 ‘헝거게임’이나 ‘1인생존’이라는 미션을 통해 변주를 찾는다. 

‘택시’는 하나의 테마(행복, 제주도, 실장님 특집)를 정해두고 출연자를 섭외한 뒤, 한 주제로 짧게는 2~3주, 길게는 5~6주 가량 프로그램을 움직인다. “택시 안의 토크가 답답하다”는 의견도 수용, 택시를 타고 장소를 이동한다는 특징을 강화해 택시 밖의 토크도 늘렸다. 이윤호 PD는 “주제가 정해져 있기에 캐스팅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인물보다 테마를 우선하고 있는 방식에서 시청자들도 새로움을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 변했고 지켰다= 내용의 변화 못지 않게 외적인 변화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세 편의 프로그램은 공교롭게도 ‘연출자의 변화’를 통해 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글의 법칙’ 출범부터 아홉 시즌을 연출했던 이지원 SBS PD는 프로그램을 떠났던 이유로 “‘정글의 법칙’이 변화하기 위해 지역, 사람, 컨셉트의 변화를 고민해왔고, 이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보다 한 단계 뛰어넘기 위해서는 마지막 변화가 필요했다”며 그것을 ‘연출자의 변화’로 꼽았다. 그 결과 ‘정글의 법칙’은 현재 변진선, 박미연, 김진호 PD 등 3인 체제로 움직이고 있으며,이는 ‘1박2일’과 ‘택시’에도 나타난 변화다.

다만 각사는 ‘연출자의 변화’에 있어 브랜드 파워를 이어가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와 고민이 깊은 PD를 주연출자로 세웠다.

‘1박2일’의 유호진 PD는 시즌1 당시 2년간 프로그램에 몸 담으며 강호동의 몰래카메라에 속았던 세칭 ‘신입 PD’로 시즌3을 통해 프로그램에 돌아왔고, ‘정글의 법칙’의 김진호 PD는 1회부터 99회까지 조연출을 맡아오다 100회인 ‘보르네오 편’을 통해 처음으로 메인 연출을 맡았다. 이윤호 CJ E&M PD 역시 2012년부터 ‘택시’의 서브연출을 맡아오다 올 1월 ‘택시’의 메인 연출자가 됐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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