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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파 주중 예능들이 부진에 빠진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지상파 예능 시청률이 저조하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상파 예능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특히 지상파 주중 예능은 ‘정글의 법칙’을 제외하면 모두 시청률이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다. 지상파 주중 토크쇼의 시청률은 2%대까지 떨어졌다. 케이블과 종편에 시청률을 빼앗기고, 모바일 등 시청 행태 변화의 결과라지만, 이 정도로 급속히 떨어질 줄은 몰랐다.

최근 ‘별바라기’ 시청률은 2.8%(이하 닐슨 코리아), ‘매직아이’와 ‘나는 남자다’는 각각 4.2%의 시청률이 나왔다. 강호동 이효리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야심차게 펼쳤던 ‘도시의 법칙’의 마지막회는 2.9%의 초라한 시청률로 쓸쓸히 마감했다. 


이제 지상파 예능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해피선데이’ ‘일밤’ ‘일요일이 좋다’ 등 두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예능을 일분이라도 더 빨리 방송하기 위해 오후 4시에 시작하는 촌극을 벌인 것도 그나마 경쟁력 있는 예능 하나 건지기 위한 발버둥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도 경쟁력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엿가락 늘리듯 늘려 완성도만 떨어질 뿐이다. 2개 코너 예능을 4시간에 걸쳐 광고 없이 이어나간다는 건 시청 행태를 무시한 편성이다. 뒤늦게 24일부터 일요일 저녁 예능 편성시간을 오후 4시 50분에 시작하고 있다. ‘해피선데이’의 ‘1박2일’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일밤‘의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과 ‘룸메이트’는 아직 경쟁력이 있지만 과열된 경쟁을 자제하고 콘텐츠 질을 더 높여 경쟁 우위를 이어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지상파 신생 예능은 참신성과 기획력 부족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해피투게더3‘와 ‘힐링캠프’ 등 오래된 저력의 예능들은 안정돼 보이면서도 노후해 보인다. 물론 ‘힐링캠프’는 게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시청률에서 제법 큰 차이를 보이지만, 과거보다 주목을 덜 받는 건 사실이다.


반면 JTBC ‘히든싱어’는 23일 방송된 시즌3의 첫번째 출연자 이선희 편이 무려 8.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편에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이 시청률은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았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치다. ‘비정상회담’도 벌써 5%대를 넘어섰다. tvN ‘꽃보다 청춘’의 최근 시청률은 4.1%, 지난 22일 방송된 Mnet ‘슈퍼스타 K6’ 첫 회 시청률도 5.7%나 된다.

지상파 예능 제작진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만한 예능을 만들어야 하는 지상파 예능이 재미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계급장을 떼고 싸우는 시대다. 지상파의 안락함과 매너리즘에 빠져있어서는 안된다. 재미있는 콘텐츠, 좋은 콘텐츠만 만들어내면 시청자들은 기가 막히게도 그걸 찾아내 본다. 어디서 만들었냐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거 같으면 ‘비정상회담’이 재미있어도 프로그램을 알리는 데에는 10회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1회반에 시청자들은 SNS 등을 통해 진화된 토크쇼, 새로운 개념의 토크쇼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이슈성을 모두 잡게 됐다.

신문기자들은 이미 이 상황을 경험했다. ‘조중동’의 기사와 이름 없는 인터넷 매체의 기사도 차별을 두지 않고 기사내용에 따라 노출을 결정하는 포털 저널리즘에 익숙해졌다. ‘어느 신문 기자인지’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 어떤 관점의 기사를 쓰느냐가 중요해졌다. 지상파 예능PD들에게는 이 시기가 조금 늦게 왔을 뿐이다.

3년 5개월이나 된 ‘정글의 법칙’은 지상파 주중 예능중 유일하게 꾸준히 두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조작논란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진정성 하나로 극복한 ‘정법’은 초중학교 학생과 엄마아빠가 함께 볼 수 있어 정보성과 유익함 두가지를 함께 제공하며 고정 시청자층이 확보돼 있는 상태다. 초기에는 원주민만이 거주하는 지구의 오지, 정글에서 ‘생존’하는데 중점을 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운 성장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최근 인도양편에서 1인생존을 거친후 박휘순이나 유이 등 멤버들이 정신적으로 더욱 강인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 이런 게 ‘정법’의 매력이다.

지상파 예능의 탈출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두자리 수 시청률을 유지하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한 방송에서 아이템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청자가 보지 않는 프로그램은 존재 이유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주시청층이중년 남성인 JTBC가 2030 여성의 성(性)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접근하는 개방적 태도를 보이는 ‘마녀사냥‘을 만들고, 젊은 남녀가 좋아하는 tvN과 Mnet이 중년까지 시청층을 넓힌 ‘트로트X’를 기획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상파도 도전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실험’과 ‘도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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